2000년 일반 게시판

[펀글]101가지 프로포즈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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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pamina76] 쪽지 캡슐

2000-01-03 ㅣ No.12

니르바나가 들려주는 101가지 프로포즈

 

 

 

chapter.14 : 한 사람을 위한 전시회

 

 

"나, 그애를 놓치면 평생 후회 할거야."

 

오랜만에 만난 너구리에게서 처음 나온 말이였다.

한 시간동안 술만 마시더니

얼굴이 벌개져서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게 된 정도가 되서야

드디어 한마디 한다는 것이 바로 이말이였다.

너구리는 녀석의 별명으로 사진일을 하는 친구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 하시고, 아버지도 중학교때 돌아가시고

너구리는 거의 혼자 힘으로 자라다 시피한 친구다.

정말 강한 녀석이였는데, 이 친구가 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있는 일

이다.

너구리가 눈물을 흘린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눈물을 아껴 오던 친구가 운다 .

 

사랑,,,,,

 

사랑은 이토록 강한 친구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남자와 여자,,이 두 존재가 만나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자연의 섭리(사랑)외에 만남에 필요한 조건을 부여했다.

 

너구리에겐 나도 모르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이쁘고, 학벌 좋고 집안 좋고...

그에 비해 너구리, 이 친구는 그 조건이란 것엔 내새울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만났고,

서로 사랑을 했고, 누가 봐도 부러울 그런 아름다운 커플이였다.

적어도 그녀 부모님의 반대가 있기전엔....

 

당신들이 보기엔 너구리는 턱 없이 부족한 사위감이였다.

고아나 다름없는 가정 환경에,,,,,

여러가지로 맘에 들지 않는 상대였다.

반대는 심했고, 결국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그녀는 너구리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날, 두사람은 많이 울었다고 한다. 정말로......

 

살아 오면서 누군가에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친구.,,

그래서 더욱 아파하는 친구.

여러모로 나를 많이 닮은 친구라,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그가 나에게 전시회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그러마 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그녀가 너구리의 스튜디오에 도착한 것은 밤10시가 가까이 되서였다.

내가 그녀를 그곳까지 데려 오는데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그녀역시 너구리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남아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녀가 그곳에 온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저는 여기 까지입니다"

 

그녀를 입구까지 안내했다.

7평 남짓한 너구리의 불꺼진 스튜디오.......

그녀는 익숙한 동작으로 어둠 속에서도 실내등 스위치를 찾아 켰다.

마치 오랫동안 연습해온 것처럼,..말이다.

불이 들어 왔다.

 

’그대만의 전시회’라는 타이틀이 커다랗게 보였다.

 

베이지색 벽에는 많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그녀와 보고 모아둔 영화표들.... ’그래, 이 영화를 보았었지’

그녀에게 받았던 많은 편지와 엽서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고

너구리가 셍일선물와 그외 그녀에게 받았던 선물들..

곰인형, 티셔츠, 시계., 먹지 않고 보관한 초코렛..

그 진열된 물건들 하나 하나엔 날짜와 간략한 설명이 담긴 메모들과,

그리고 추억이 담겨 있었다.

 

정면에는 커다란 액자에 그녀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해 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

그 아래에는 이런 메모가 있었습니다.

-  이 세상에서 나의 눈을 멀게한 여인 -

 

그리고 그 밑엔 너구리의 작은 증명사진과 함께 이런 제목이 적혀 있었다.

-  위의 여인이 없다면 아무 존재도 아닌 남자 -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너구리의 사진을 만져 보았다.

그 뒤로 너구리가 나타나 끌어 안으며 말했다. "사랑해"라고

시계가 멈췄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조금전 그녀의 부모님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직, 그들로 부터 연락이 없었냐고,

난 그렇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그들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 날 이후로 나 역시 본적이 없으니까......

단지, 편지 한 통을 받았을 뿐이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갈것이다.

그럴 수 있는 그가 부럽다. 지금의 나는.....

 

 

                              

                  -  99년 1월 12일 니르바나의 일기중에 -

 

 

 

프로포즈에 관한 TIP

 

그와 공유하는 추억은 얼마나 되는가?

그 모든 것을 얼마나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추억들은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때로 그 추억이 떠나는 연인을 붙잡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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