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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us factus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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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paulee] 쪽지 캡슐

2012-09-14 ㅣ No.1723

침묵 속에서 나태에 빠지지 말라며 울리는 종소리,
한 목소리로 주님의 사랑을 찬미하는 노래소리.
"Christus factus est pro nobis obediens usque ad mortem autem crucis."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그 순종을, 청빈을, 정결을,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재화시키고 있는 이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바쁜 현대 사회"의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앞만 보고 달리다 제풀에 꺾여 넘어져 일 년간의 쉬는 시간을 받게 된 나로서는 한적한 수도원에서 지내기를 희망하였다. 수도원까지는 못 되더라도 그만큼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서 지내고 있는 요즘, 예고편 화면 속의 수도자들의 모습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된다.

침묵 속에서는 나태에 빠지기 쉽다. 모두들 침묵 중이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침묵 안에서 주님의 현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느냐가 바로 수도 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냐의 기준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그래서 나태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의 소리인 동시에 세상더러 깨어 있으라는 재촉의 소리이다.

엄숙할 것만 같은 수도자들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모습은 세상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 안에 있으면서도 그 눈과 중심을 하느님께 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표정이요 모습이란 말이다.

No Greater Love.
제 이웃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제 이웃을 위하여 자신의 온 생애를 바쳐 기도하고 노래하며 사랑 속에 살아가는 이 수도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제목이다.

과연 우리는 이 보다 더 클 수 없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가...? 사랑 속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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