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나의 사랑 중계동 성당 1. : 피한다고 피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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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락희 [rakhi] 쪽지 캡슐

2005-05-02 ㅣ No.5346

 

나의 사랑 중계동 성당 1. : 피한다고 피해지나......


*단지로 이사 오기 전,

나는 창4동 성당을 다녔다.


처음에는 성당이 아닌 공소였는데,

이사 온 지 몇 달 뒤에 처음으로 신부님이 오셔서 성당이 되었다.

당시에 병으로 회복이 덜 된 상태여서,

한 시간 미사도 힘겹게 느껴지던 때였다.

더구나 연년생 아이가 세 살, 네 살이었으니,

성당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반장님이 그만 두셔야했고,

모두 열심이었지만, 누구도 반장을 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제비를 뽑았다.


당첨이 되었다.


게다가 반모임은 매주 해야 했으므로,

(어겼다간 엄청 야단을 맞았다)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반장 월례회의때, 신부님은 반장들의 출석을 일일이 불렀다.

다 참석한 구역은 박수를 받았다.

반장이 참석을 못 할 때는 총무(?)라도 참석을 해야 했다.


작은 아파트가 모인 곳이라,

아이들이 기본으로 한 명씩은 있고,

우리 집에는 아무데도 갈 곳 없는 두 명이 있었다.

한 번은 네 명이 반모임을 하는데, 아이들 둘이 싸움이 났다.

각자의 엄마는 싸움을 말리고,

나머지 둘은 반모임을 하는데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급기야 한 아이가 울고,

얼떨결에 마침 기도하고 끝내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중책을 맡은 중에,

남편의 갑작스런 이사 계획 1탄이 발효됐다.

결국 빈 자리로 남겨두고 떠나와야만 했다.




 

새로 이사 온 집에도 교표가 붙어있었다.

그냥 놔 둘까했는데,

한 귀퉁이가 조금 잘려져 있었다.


새 교표를 붙이다가 처음으로 한 교우분과 인사를 했다.

마침 같은 층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서슴지 않고 레지오를 함께 하자고 하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자신의 일도 하시면서, 레지오도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나는 잠수할건데...’

사실, 무리한 반장역할로 지칠대로 지쳐있던 나는,

‘잠수’를 마음먹었다.


“몸이 건강(?)치 않아서......”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제가 건강에는 말 할 게 없는 사람인데요.

활동을 하다보니 오히려 건강해지더라구요.”

“(뜨악)......”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또 반장이 문제였다.


우리 반의 반장님은 나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그 임무를 하고 있었다.

아이도 더 어렸고, 형제분이 시험을 준비하시고 계시는 터라

얼마간의 경제적인 책임도 있으셨다.


다만, 너무나 많은 일을 도맡아하시는

대모님(같은 층 그 교우분)의 힘을 덜겠다는 마음으로 덥썩 일을 하고 있는 거였다.


늘 안스러우면서도 나는 계속 잠수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반장님이 아기를 봐주는 일을 하게 되어

더 이상 반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일은 참 오묘하다.

그 즈막에 동네 반상회를 우리 집에서 열었는데,

마침 새 반장을 뽑아야했다.


제비를 뽑았는데, 또 내가 뽑혔다.

(혹시, 제비뽑기의 달인?)


난감하게 앉아있는 나를 보고

다른 사람도 잠시 표정이 이상하더니만, 이내 박수치고 하하 호호......


“그래도 새로 이사 온 사람을 반장시키는 건 말이 안 돼죠.

제가 할께요”


같은 층 그 자매님,


그로써, 나는 다시 성당 반장이 되었다.

요나가 생각났다.

하느님이 마음에 두신 일을 내가 어떻게 한다고......

피한다고 피해질까나......(계속)


※ 같은 층 교우분 : 우명순(리디아)자매님

양해도 없이 자매님의 일을 적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그 느낌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밝고 씩씩하게 사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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