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게시판

나도 정상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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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라 [kbs001] 쪽지 캡슐

1999-11-04 ㅣ No.857

정상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환자는 정상인이 아니다.

 

1.

 

 

하얀 가운을 걸친 정신과 의사가 정상인 씨에게 물었다.

제 직업을 알아맞히신다면 당신을 입원시키지 않겠습니다.

정상인 씨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대답했다.

내가 이발사도 모를 줄 아쇼.

정상인 씨는 그날로 입원하게 되었다.

 

2.

 

같은 병실의 환자 하나가 정상인 씨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입원하게 되었소.

그러자 정상인 씨가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리사가 모자를 벗고 있는 걸 모르고 이발사로 착각했기 때문에

입원하게 되었지요.

 

3.

 

당신은 입원하기 전에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정상인 씨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 물었다.

나는 왜놈들을 격퇴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이유로 입원하게 되었소.

환자의 대답이었다.

당신이 그토록 유명하신 이순신 장군이셨군요. 이런데서 만나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정상인 씨는 이순신 장군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이순신 장군이 아니었다.

나는 이순신 장군이 아니오.

그럼 안중근 의사님이시군요.

아니오. 나는 김두한이라는 사람이오.

그러시군요.

정상인 씨가 아까보다 몇 배나 반색을 하며 그에게 물었다.

선생이 국회의원직에 있을 때 국회에다 똥물을 끼얹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사실이오. 내가 국회에다 똥물을 끼얹은 뒤로 국회가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당신에게 보여드리겠소.

김두한을 자처하는 환자는 정상인 씨를 수세식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수세식 화장실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보시오. 얼마나 깨끗해졌소.

정말로 깨끗해졌군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한 명도 안 보이는데요.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화장실에 숨어서 국민들 몰래 고스톱을 치고 있을거요.

당신들, 화장실에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말해 보시오.

의사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다그쳤다.

그러자 정상인 씨가 손바닥으로 의사의 궁둥이를 철썩 후려치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국회를 화장실이라고 표현하다니 요리사치고는 제법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제발 모자를 좀 쓰고 다니시오.

이번에도 이발사로 착각할 뻔했단 말이오.

 

 

제가 젤루 좋아하는 소설가 이외수님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중에서

 

올립니다.

 

제가 천리안을 쓰고 있는데 거기서 몇번 이외수님과 대화를 나눴었죠...

 

기인이라는 평판보다는 아이같은 순수함이 있는 이외수님...

 

재밌었나요?... 그럼 추천하세요~!!

 

아, 이외수님의 소설을 추천해드릴께요...

 

독서의 계절, 가을이니깐...

 

우선, [들개], [꿈꾸는 식물], [칼], [벽오금학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제가 읽었던 소설중 가장 수작이라고 생각되는 소설들입니다.

 

읽다보면... 어느새 도인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그러나 결코 도인은 되지 않습니다.

 

왜냐! 도인이 되려면 내가 갖은 것들을 모두 버려야 하니까!

 

아깝지도 않은데... 못버리더라구요...

 

재밌는 부분들 계속 올려드릴게요...^^

 

 

봉신(글라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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