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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1-10-20 ㅣ No.7433

내 취미는 독서다. 흔히들  자기소개서란에 쓰는 취미 독서 특기 음악감상 이딴게 아니라, 나는 정말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근데,  그게 음악감상이라든가, 땐스라든가, 아님 프라모델 만들기, 등산 혹은 만화책보기 이런 것 보다는 좀 남들앞에서 내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기가 챙피스러울때가 종종 있다.

 

 왜냐면 일년에 책을 몇 권 안 읽는 사람도 자기 취미가 독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흔히들 생각하기에 독서라는 것은 --학교에 다닐때 부터 우리는 얼마나 독서를 강요당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참 지루하고 지겨운 작업이라고 흔히들 생각하기 마련이고, 독서가 취미인 나는 좀 고답적인 사람으로, 혹은 그냥 넘어가도 좋은 것을 꼭 한번씩 짚고넘어가는 꼬장꼬장한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나로서는 사람들이 책읽는 즐거움을 잘 모르는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어렸을 적부터 나는 동화책속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참 행복해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도, 책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동시대의 나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책속의 사람들은

내 경험의 반경을 훌쩍 뛰어넘어, 미처 알지 못한 세계와 세계관을 접하게 해주었고, 그런 과정에서 나는 삶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 생이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같은 것을 키워왔는 지도 모른다.

 

나도 독서이외에  잡기라고 할까, 굳이 남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하자면  몇개 말할수 있다. 가령, 수영, 나 수영 잘한다. 한창 수영장에 다닐적에 내 별명은 터미네이터였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여전사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시라. 그렇게 터프하고 씩씩한 나다. 그리고  풀장에서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며 배영을 하고 있노라면, 세상이 평온하고, 물위에 떠있는 나는 너무 자유롭고 편안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등산, 등산하면 또 할 얘기가 무쟈게 많다. 그리고 올초부터 시작한  요가도  ^^;;  초심자들이 와서 우리 선생님이 자세 설명하실때 내가 숙련된 조교의 역할을 할때가 가끔 있다.   

 

못하는 것을 들자면, 기계치에 몸치다. 기계 무서워하고, 가능한 안 만진다. 단순한 조작도 반복연습한 후에야 그나마 따라하고, 춤과 노래는 정말 쥐약이다. 그래서 조만간 춤학원에도 다녀볼까 한다. 영화 <쉘위댄스> 이후로 전 국토가 춤바람이 났으니, 살사와 라틴에 도전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취미얘기는 왜 적느냐고 묻는다면, 요즘 들어 나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많아져서이다.  직장 5년차, 평생직장으로 눌러앉느냐 전업을 할거냐,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유학가겠다고 조금 빡쎄게 영어공부를 했더니 몸이 너무 힘들었다.  유학준비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더구나 직장다니면서 유학준비한다는 것은...쯧.

목숨을 걸고 공부해야지, 나처럼 ~ 너무 힘들어~ 이러면서 어중간하게 공부하느니 찰 그냥 노는게 낫다.

 

나는 그저 책읽고 느낀 점 얘기하고, 딱 그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어디 농촌에 조그만 집 하나에  책장 큰 거  여러개 들여다 놓구, 그냥 읽고 싶은 책이나  읽다가 살다 죽었으면 원이 없으련만,  돈도 벌어야 하구,  직장 및 가족의 일원이기에  일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기념일이나 행사에도 빠질 수 없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 솔직히 집이 부자인 사람들이 좀 부럽다.

 

이런 나의 취미를 계발하여 돈을 벌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면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큰돈 벌 일은 안 생기겠지만  궁리닷컴이나, 알라딘서점 같은데는  내가 해도 될법한 일거리들이 있을거 같다. 그 사람들이 날 써줄까.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야.

 

요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도 반가운 거는  책읽고 글 올리는 사이트를 꽤 많이 알게 된 점이다. 특히 인문학쪽은 혼자 읽기는 버거운 주제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독서방법도 참고할 점이 많았다.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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