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연탄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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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연 [zyzyzy] 쪽지 캡슐

2000-11-13 ㅣ No.1019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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