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마지막 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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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5-28 ㅣ No.3455

어젯 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청소년(초,중,고학생)들을 모아서 약 4개월간 연습을 시켜 동대문 청소년오케스트라단의 창딘공연을 구청2층 강당에서 끝내고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러 가는데 레지오단장한테서 급히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오늘 해체식을 하는데 안 오면 어떡하느냐?"하는 전화였다.

생각해 보니 관계자들과의 식사는 나중에도 함께 할 기회가 많을 것이고 전임단장에 전출단원까지 온다는데 나만 빠진다는 게 그래서 열일 제쳐놓고 "어지신 어머니Pr" 해단식으로 쫓아갔다.

 

오늘이 마지막 주회였단다. 비록 진짜 주회는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86년에 입단하여 어느새 20년째가 되는 셈이다.

'하늘의 문'에서 서기, 부단장, 단장을 하며 근 10년, 17명을 만들어 분단을 해서 그리스도의 모친 단장으로 6년.....

생각하면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고 추억도 많다. 

술을 할 줄 몰라서 두잔만 마시면 눕기를 좋아하다가 장난질이 심한 단원들한테 혼이 나기도 하고.....

 

어느날 2차주회에서 술만 들어가면 잠이 오는 내 술버릇 때문에 한쪽 귀퉁이에 누웠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는데 단원들이 잠이 든 나를 병풍으로 가려놓고 손등에 불침을 주었던 모양이다.

따끔해서 잠을 깨어 보니 앞이 뭐로 가려져 여기가 어딘가? 하며 어리뚱 살피는데 어디에서인가 "깊은 구렁 속에서 주님께 부르짓사오니...."하는 연도 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 가리개를 밀었더니 세상에 세상에!

멀쩡한 나를 병풍으로 가려놓고 단원녀석들이 연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 총회장을 하는 송재영이 부터 전임 총회장 서진석, 이제는 이사간 문병춘, 대부 강신춘. 젊은오빠 송대섭형님 등등...다들 점잖은 것 같지만 실상은 얼마나 장난들이 심한지......(공개망신 한번 주자. 장난 치고 너무 심했어! 이 양반들아!)

 

하기사 산 넘을 연도해서 그런가 나는 아직도 골골하면서도 건강진단 가면 전부 네거티브이니 그 생연도(?) 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니께 그냥 봐준다 엉?.....

 

그래도 레지오 20년. 꼽아 보면 내가 줄잡아서 거의 30명은 입교 시켰고 1단계에서 3단계까지 교육 다 받았고 가톨릭회관 레지오 선교교육까지 수료하고....해야할 일에 몸을 뺀 게 별로 없다.

 

단원8명 중에 나를 포함해서 단장까지 3명이 떠나면 우리 '어지신 어머니'는 어쩌나? 일단 교적은 옮기더라도 떠나는 단원이 하나씩 대타할 사람을 입단시키고 떠나자고 결의는 했지만.....

레지오 20년에 술도 이젠 많이 늘었다. 소주 반병을 먹고도 안 잘려고 마음만 먹으면 안 잘 수도 있으니까.....

 

남은 단원들에게 부탁한다면 예전에는 교육이다 뭐다. 참들 열심히 했는데 요새는 레지오하는 사람들의 열성이 식은 것 같다. 교육도 별로고 서로 갈려고도 않고....

이왕지사 성모님 군대 할려면 좀더 확끈하게 하라!

보다 확실하게, 진짜로 몸과 마음을 다하여 하라는 부탁을 하고싶다.

이제 나는 장안동으로 떠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 협조단원으로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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