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주임 신부님을 떠나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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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7-02-15 ㅣ No.7352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는 것이 인생사이거늘,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물 같음을 知天命을 코앞에 두고 시나브로 느껴집니다.

신부님은  제가 중계동성당에서 왕배덕배 어설픈 훈수를 두며, 이웃을 전혀 사랑하지 않은 시절에 오셔서, 조용한 미소와 큰 눈으로 지켜보아 주셨더랬지요.


 

이제 또 다른 자유를 찾아 떠나시는 신부님!

“ 중계동 성당 살이가 어떠했느냐?”고 누가 묻거들랑

 

‘만났던 신자들과 함께 나눈 땀방울 맺힌 미소가 아름다웠고,

꿈꾸었던 이상이 피워낸 소담한 꽃송이와 그 향기에 젖은,

함초롬한 신자들의 눈망울들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진정 행복하였노라‘고

말씀하시라고 주문한다면 저의 작은 욕심일런지요?^^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지난 시간들 중

아픔과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은 모두 잊으시고

간음녀를 잡아온 군중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던

예수님의 사랑으로 저희들의 허물도 용서해주시라고

말씀드려도 될런지요?


 

노자 도덕경 4장에 나오는 “도충, ...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道冲...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길은 텅 비어야 제 구실을 하듯, 도라는 것도 곧 자신을 비우는 데 있으니, 오히려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히고설킨 것들을 잘 풀어주며, 낮빛을 늘 온화하게 하고, 티끌처럼 천한 것에도 어울려 동감하라)는 내용처럼 사시라는 바램으로,

 

떠나가시는 신부님께 터키의 혁명적 서정시인 ‘나짐 히크메트(1902~1963)’가 쓴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를 선물하면서 제 마음을 대신할까 합니다.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지 않았고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는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는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박  재  준  비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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