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놓아버려라(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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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25 ㅣ No.3778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2004-11-24)

독서 : 묵시 15,1-4 복음 : 루가 21,12-19

*  놓아버려라  *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잡혀서 박해를 당하고 회당에 끌려가 마침내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며 나 때문에 임금들과 총독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야말로 너희가 나의 복음을 증언할 때이다. 이 말을 명심하여라. 그때 어떻게 항변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라. 너희의 적수들이 아무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주겠다. 너희의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잡아 넘겨서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겠지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루가 21,12­-19)

이번 주 복음은 ‘무너질 것이다’, ‘무너뜨려야 산다’, ‘죽일 것이다’, ‘미움을 받는다’ 같은 말을 계속한다. 마치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날 거라는 협박을 하는 것 같다. 묵상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마음이 답답해진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가 어느날 문득 주님은 왜 이렇게 계속 협박만 하시는 걸까, 정말 말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위령성월을 보내는 우리에게 종말이 올 것이니 준비하라는 것인가 하다가 정말 무너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서 멈추었다.
낡은 것이 무너져야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낡은 것이라 해도 무너지는 고통은 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 고통을 참고 견디기가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무엇보다 복음에서는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 잡아 넘기거나 죽이기까지 할 거라고 한다. 부모와 형제라는 탯줄을 끊어버리라는 거다.
내가 꽉 잡고 놓지 않는 세상 사는 논리나 이유, 지금 이 순간 나를 옭아매고 있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별것 아닌데도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주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심을 깨닫는다.

바람도 잠들고 안개도 잠들고/인가의 불빛 모두 잠든 밤/벌레소리도 무엇엔가 놀라 멈춘 때/사방은 고요에 숨이 막히는데/눈앞에 반짝 별 하나 내려와/안녕하고 인사 건네는 순간/가슴속 잠든 영혼이 놀라 깨어난다/눈동자에 몇 겹 때가 끼고 가슴에 몇 겹 벽이 쌓여/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고 세월따라 우리는/그럴 듯한 어른이 되어 ‘어, 그래 그렇지’ 위안하며 살아간다./세상의 깨끗한 것들이 넘치는 사랑으로/우리 눈의 때를 벗기고 고사리 같은 손에 망치를 들고/겹겹이 쌓인 벽을 허물려는데/우리는 악마가 되어 세계의 구조를 굳건히 지킨다/처음부터 스스로 있는 성령을 한평생 가슴속에 가두어 놓고/어둠이라 부르며 죽음으로 돌아간다./어린아이가 되지 않고는 하늘나라로 들어갈 수 없다건만/우리는 한사코 치밀하게 계산하여 똑똑한 어른이 되어간다/고요한 밤, 별은 나에게 다가와/가슴을 열어보라 하였는데 (최종진, ‘징검다리 소식지’에서 발췌)

최기도 수사

- 나 그대를 사랑하므로 -

모든 것이 투명하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희망이 날개를 달았고
마음엔 샘솟듯 용기가 넘칩니다

날마다 삶에 의미가 없다고
투덜대며 불평하던 것들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므로
모든 것이 봄기운으로
대지에 새 생명이 돋듯이
새롭게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삶에 기쁨이 넘쳐 웃음이 터지고
마음엔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때마다 모순이라고 미워하던 것들 속에서
가슴에 안을 수 있는 사랑을 찾았고
새롭게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므로
나 그대를 사랑하므로...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놓아버리자 +

내가 꽉 잡고 놓지 않는 세상 사는 논리나 이유,
지금 이 순간 나를 옭아매고 있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별것 아닌데도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주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심을 깨닫는다.


시모님과 대화가 끊기지 않기 위해서 자꾸자꾸 말을 시켜봅니다.
'아침은 무엇을 드셨는지요...'에서 시작하여 요즈음 보고 있는 줄거리
없는 티비 드라마 '순간포착'이라는 것을 보면서 이리저리 남편과 함께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려봅니다.

어제는 저녁상을 물리신 후,'모든 것이 허무하다'고 계속 반복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 그만 가슴이 철렁내려 앉습니다.
혹시 이 밤에 먼 길을 가실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먼저 앞섭니다.

계속 반복하시니...'"허무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데요'? 라고 여쭈니..
"모두가 헛 되고 헛 된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엄니
께서 팔십여 평생 사시고 얻은 한 마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가는데/내 나이 쉰이라서 그런가...그 한마디가 가슴에 꼽힙니다.

허무한 세상.
평생을 가슴에 끓어안고 살아온 것들이/이제는 그것조차 아무것도 아님
을 아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애써서 붙잡았던 그리움들도 이제는 점점
빛이 바래져 가는 옛 사진처럼 기억이 흐려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침에 무엇을 드신지도 생각이 나지않습니다. 볼 일을 보고 나서 물 내
리는 것조차 잊으셨습니다. 그렇게 깔끔하신 분이/그렇게 야무지신 분이.
그러니 얼마나 허무하다는 것을 실감하시겠는가.당신은 절대로 그렇게는
아니 늙으시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짐을 당신께서 바라보고 계시니..
얼마나 가슴이 내려 앉겠습니까. 생각할 수록 안나 가슴도 메어집니다..

어느 날은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엄니, 세상에 있는 모든 어머님들이...이렇게 늙어가십니다. 나중에는..
안나도 그렇게 될 것이며, 우리 모두가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지요.그러니
제게 미안해 하시지 마시고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라고../예전에 내가
친정어머님께 받은 사랑을 시모님께 갚고 오라시니 편한 마음으로 해낼려
고 노력하고 있다'고.../말입니다....

사실 말입니다...보통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하고 싶습니다.
어머님이 사셨던 세상은 '위안부' 할머님들이 사셨던 시대이지 않습니까.
그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달려가서 안아 드리고 싶었습니다.

내 어머님은 그 시대를 넘고 넘어서/이민 온 아들 따라 이국만리에서 외로
이 살아가시는 분이신데/라고 생각한다면 그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옆에
서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이야말로 며눌인 안나보다 더 힘들겠구나 헤아려
봅니다. 내는 시모님인데두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아들이 바라보는 입장
이야말로 이루 다 말을 못할 뿐이지 그 가슴은 더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이야기가 자꾸 곁길로 갑니다.오늘 제목인 '놓아버려라'를 되새김질합니다.
무엇을 놓아버리라는 것인가. 울엄니의 '허무하다'는 그 한 마디와 연관지
어 생각해보니 모두가 헛되고 헛된 것일뿐인데/무엇을 잡겠는가 말입니다.
가는 인연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입니다. 내 안에 들어올 수
없는 몫인데 자꾸 붙잡으려니 놓지를 못하는 것이겠지요...

앗! 나는 언젠가부터/그 끈을 놓아버리기 시작했습니다.연습을 하는게지요.
하하, 그랬더니 상처가 덜해집니다. 사랑을 주었으니까 받아야 되는 것에서
부터 그리고 사랑을 받았으니 사랑을 주어야 되는 것까지 모두 놓아 버리니
살아가기가 훨씬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바라는 것이 없어지니...하.하.하! 주고픈 마음도 없어지는 것이지요...
무엇을 챙겨쌌는 마음도 사실은 그 안에 무언가를 바라게 되는 마음이 싹
틀까봐서 감추렵니다./

나눌 수 있을 때 마음 편히 나누고, 헤아리지 않겠다는 이야기겠지요.*^^*
갈 길이 바쁘니까요. 이제 겨우 늦은 나이에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될
것이며, 누구를 위해서 살아야 될 것인가를 알았는데...안탑깝습니다.

낡은 것이 무너져야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낡은 것이라 해도 무너지는 고통은 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 고통을 참고 견디기가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참으로 어렵고말고요. 가족의 인연처럼 질긴 인연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이제는 그 인연에서까지도 한 가닥씩 놓아버리렵니다. 그러니...
마음이 훨 가벼워집니다. 전화가 오지 않아도, 전화를 드리지 않아도....
이제는 외롭지 않습니다. 이제는 덩그러니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던져져
있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것과, 마음에서 끈을 놓아버리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를 사랑해야 됩니다.더구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팽개치고 무엇인들 외칠 수 있겠습니까. 단지..내 마음 안에서 그 끄나풀을
놓아야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언제나 우리는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 뿐이 없습니다.

낡은 것이 무너져야 새 집을 지을 수 있다니...
무너지는 고통을 감수하겠습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란 어렵답니다.
참으로 어렵지요. 그러나 이겨내겠습니다.

지나가는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내 안에 돌맹이들을/내 안에 주님께서 원치 않는 것들을 솎아내겠습니다.
별것 아닌 것을 붙잡고 애태우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놓아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겠지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이 말씀만 붙잡아보렵니다. 그리고 훌훌 털어버리며 훨훨 날아가겠습니다.
이른 아침 돌아가신 친정어머님의 사진 앞에서 '엄마!..'하고 불러봅니다.
돌아가셔서 나와 함께 머물고 계시지 않으심에도...
그 인연 안타까이 붙잡으러 불러보는...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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