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복음은 ‘무너질 것이다’, ‘무너뜨려야 산다’, ‘죽일 것이다’, ‘미움을 받는다’ 같은 말을 계속한다. 마치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날 거라는 협박을 하는 것 같다. 묵상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마음이 답답해진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가 어느날 문득 주님은 왜 이렇게 계속 협박만 하시는 걸까, 정말 말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위령성월을 보내는 우리에게 종말이 올 것이니 준비하라는 것인가 하다가 정말 무너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서 멈추었다. 낡은 것이 무너져야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낡은 것이라 해도 무너지는 고통은 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 고통을 참고 견디기가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무엇보다 복음에서는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 잡아 넘기거나 죽이기까지 할 거라고 한다. 부모와 형제라는 탯줄을 끊어버리라는 거다. 내가 꽉 잡고 놓지 않는 세상 사는 논리나 이유, 지금 이 순간 나를 옭아매고 있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별것 아닌데도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주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심을 깨닫는다.
바람도 잠들고 안개도 잠들고/인가의 불빛 모두 잠든 밤/벌레소리도 무엇엔가 놀라 멈춘 때/사방은 고요에 숨이 막히는데/눈앞에 반짝 별 하나 내려와/안녕하고 인사 건네는 순간/가슴속 잠든 영혼이 놀라 깨어난다/눈동자에 몇 겹 때가 끼고 가슴에 몇 겹 벽이 쌓여/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고 세월따라 우리는/그럴 듯한 어른이 되어 ‘어, 그래 그렇지’ 위안하며 살아간다./세상의 깨끗한 것들이 넘치는 사랑으로/우리 눈의 때를 벗기고 고사리 같은 손에 망치를 들고/겹겹이 쌓인 벽을 허물려는데/우리는 악마가 되어 세계의 구조를 굳건히 지킨다/처음부터 스스로 있는 성령을 한평생 가슴속에 가두어 놓고/어둠이라 부르며 죽음으로 돌아간다./어린아이가 되지 않고는 하늘나라로 들어갈 수 없다건만/우리는 한사코 치밀하게 계산하여 똑똑한 어른이 되어간다/고요한 밤, 별은 나에게 다가와/가슴을 열어보라 하였는데 (최종진, ‘징검다리 소식지’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