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어이 친구들, 꼭 봐! 어?(수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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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준 [G.gel] 쪽지 캡슐

1999-11-04 ㅣ No.633

나는 너에게 이런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이 넓고 편안한 길이든 좁고 가파른 길이든 차분하고 담담하게 껴안아 믿음이 가는친구. 그러던 어느날, 불현듯 일상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간이 오면 왕복 기차표 두 장을 사서 한장은 내 몫으로 남겨두고, 또 한장은 발신인 없는 편지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고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달력의 날짜를 지워가는 그런 친구. 행선지는 안개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톡톡 다문 꽃잎을 터뜨린다는 달맞이꽃이 지천에 널려 있는 청도 운문사이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너보다 한걸음 앞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 때나마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걸음치는 시골 간이역,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뜬금없이 날아든, 그리고 발신인 없는 기차표에 아마도 넌 고개를 갸웃하겠지? 그리곤 기차여행에 맞추기 위해 빡빡하게 쨔여진 일정의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나서 청바지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기차를 타리라. 또한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기차의 율동에 몸을 맡긴 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비도시적인 풍경을 보며 바쁜 일상에 함몰되어 지낸 그 동안의 네 생활과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차표 한장에 실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생각하리라. 예정된 시간에 기차는 시골 간이역에 널 내려놓을 것이고, 넌 아마도 낯선 지역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과 기분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개찰구를 빠져 나오겠지. 그런 후 너는 깜작 놀라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네가..!?' 하는 말과 함께 함빡 상큼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미지의 땅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발견한 안도감과 일박이일의 여행, 그 신선한 자유를 선물한 사람을 찾아낸 즐거움으로 말이다. 늘 곁에 있지만 바라보는 여유 없어 '잊혀진 품'이 되어 버린 자연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여장을 꾸려 '함께 그러나 따로이'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 건 바로 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박이일의 여정을 끝냈을 때 우리는 각자의 내면으로 향한 고독한 여행으로부터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하며 우리 일상이 속한 도시를 향해 가는 기차에 '함께'오를 것이다. 그리고 도시로 돌아가 자기 몫의 삶을 담담히 살아낼 것이다. 친구야, 너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네게 선물한 차표가 결코 일박이일의 여정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네게 특히 힘들고 고단할때 보내질 선물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음, 어때? 이글? 읽는 것 자체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띄워지지 않냐? 내 동기 미숙, 정아, 아신, 민혜, 동긴아니지만 바야바야(나도포함하여) 요즘 어깨들이 많이 쳐져있구나. 글보단 행동으로 한번 표현하고 싶었는데.... 삼팔이가 오늘 월말마감을 끝내고 책상을 정리하다 예쁘게? 띄우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게 기차료를 선물하고 싶다.(제목이야.) 나 기특하지. 헤~~~~ 시간이 지난면 해결되는 것들이 지금은 너무 힘겹게 다가온다고 생각될때 또 읽어봐. 그럼 바람날꺼야. 푸하하하. 좋은 글 있음 또 올릴께. 나 이래뵈도 예쁜글 얼마나 많이 수집?하는데.. 바야바!너 요즘 남자생겼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밑에다 이상야리꾸리한 글 띄우는 거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슴당.해서 괜히 조회수만 늘릴려고. 나빠았어. 정아, 동기모임 빨랑하자. 칼맞는 수가 있어. 아신아, 요즘 양평으로 드라이브가고 싶따. 중고등부만 챙기지 말고 나줌 데려가줘잉. 미숙, 강론준비 잘되고 있지? 강론하면 자다가도 뻘떡 일어날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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