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아버지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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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2-09-14 ㅣ No.3908

 

2002. 9. 13.(금) 동아일보 문화면에 실린 내용입니다.

요즘 인터넷상에 작자 미상으로 희자되며 희트중이라네요.........

한번쯤 주변을 뒤돌아 보게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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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아빠의 체면 땜시, 오늘 점심시간 날잡아서 그간 소홀한 자신을 만회하려고...

학교 수위실에 햄버거와 콜라를 배달하고 막돌아와 "나도 아버지의 한사람임을 실감하면서..."

너무나 좋은 글이라서 삽질해 옮겨심어 보았습니다.

세상살이 힘드시드라도 이 시대 아버지로서 꿋꿋하게 일어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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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날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만큼 아들, 딸의 학교성적이 좋지 않을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는

(그곳을 직장이라고 한다.)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름다운가?` 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처다본다.

 

아버지의 치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찍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모르는 콤프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때 -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때 - 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때 - 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때 - 아빠는 모르는 것이많다.

14세때 - 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때 -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세때 -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때 - 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 봅시다.

50세때 -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셨어.

60세때 -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얻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 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은 될것이다.

 

아들, 딸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느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을 하면서는 큰 소리로 기도도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 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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