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왕지렁이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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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희 [wsophia] 쪽지 캡슐

2001-08-05 ㅣ No.7776

 

오늘 성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도로 위로 굵다란 지렁이 한마리가 길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판단 하기에 지렁이가 길을 잘못 들었나 봅니다.

 

첨엔 흠칫 놀라며 아이 징그러 하며 피해 가려 했지만

 

사태가 달랐습니다.

 

지렁이의 몸에는 마른 흙들이 묻어 있었고 느릿느릿 기어 가는 것이

 

그대로 두었다간 필시 차에 깔려 압사 아니면

 

길을 다 건너기도 전에 지쳐 말라 죽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할머니께서 지나가시다가 보고는 " 아휴 징그러워 웬 지렁이가

 

마른 날에 나왔어" 하시며 못볼 것 보았다는듯 피해 지나가셨고

 

그때 차가 한대 지나갔습니다 .  순간 깔려 죽으면 어떡하나 했지만

 

다행히도 가운데 있어서 차가 지나가도 죽지않고 살아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 가 버릴까 했지만 웬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가다가 돌아 갔습니다.

 

제일 징그러운 것 세가지를 꼽으라면 쥐, 뱀,다음이 굵은 왕 지렁이

 

이지만 어쩌다 비오는 날 굵은 지렁이가 길에 기어 나오면 기겁을

 

하며 피하여 지나가곤 했지만 오늘은 용기가 생겼습니다.

 

죽을것 같아 불쌍해 보였기에.....

 

징그러웠지만 나무 젓가락을 하나 주워 지렁이를 한참을 이리 저리 굴러

 

아파트 풀밭에다 옮겨 주었습니다.  건드릴 때마다 해치는 줄 알고

 

온 힘을 다해 바둥거렸지만 지렁이는 말라서 지쳐 보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차는 한대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지나가며 쳐다보았고, 뭐 하는 아줌마가 이 땡볕에 지렁이를

 

갖고 놀고 있나, 참 웃기는 아줌마구나 라고 생각했겠지만

 

지렁이를 풀 숲속에 넣고 돌아서니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지금쯤 지렁이는 땅속 시원한 곳에 들어가 잘 지내고 있겠지요.^^

 

덥지만 마음은 가벼운 밤 입니다.

 

저의 이 가벼운 맘 나눠 드릴께여  시원한 밤 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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