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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주님 만찬 성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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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04-01 ㅣ No.276

                              주님 만찬 성목요일

                             ~~~~~~~~~~~~~~~~~~~~

       1독서 출애 12,1-8 11-14

       2독서 1고린11,23-26

       복음  요한13,1-15

       

       신부가 된 그해부터 지금까지 나는 스물두 번의 성목요일 주님의최후만

       찬 미사를 봉헌하면서 적어도 스무번 가까이 특별히 뽑힌 남자교우들의

       

       발을 씻어주었다.내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에는 쾌 정성껏 했던 것 같은

       데 해가 갈수록 재미도없고 귀찮게만 여겨져서 마지못해 적당히 해치우

       

       는 연례적인 행사가 되고 말았다.미사에 참례한 그 누구도 발 씻는 예

       절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맛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저녁 자리의 분위기는 매우 침통햇을 것이다.아니 분위기 파악도 제

       대로 못하는 멍청한 제자들이야 뭘 몰라서 밥상앞에 앉아 웃고 떠들어

       

       댔겠지만 예수님 또한 거기 어울릴 기분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예수님은 이미 자신의 체포와 끔찍한 고문과 죽음이 바로 코앞에

       

       와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을 테니까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하고싶은

       일이 그간 동고동락하던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일이었으니 그 일이

       

       예수께는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왜 그일이 그

       렇게 중요했을까.다른 중요한 일도 많았을 텐데 왜 하필이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을까 그분은 다행스럽게도 그이유를 세상사람들이 서로

       발을 씻어주기 위해서라고 분명하게 밝히셨다.

       

       그런데 우리의 전례안에서는 발 씻는일이 그렇게 비장하지도 않고 중요

       하지도 않다.알맹이는 느껴지지 않고 껍데기만 보이 뿐이다.

       

       목욕탕에서 누군가의 등을 정성껏 밀어준 적이 있는가 등뿐 아니라 온

       몸을 닦아준 적이 있는가 사랑이 없이 그일을 할수 있는가 게다가 세상

       에는 발을 씻어달라고 내밀때 그러마고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오늘저녁 나는 예수의 사람으로서 무슨 각오를 해야 할까.

       

       

       야곱의 우물에서                           가회동성당 마르띠노

       

       

       

        가톨릭동호회      www.kitel.co.kr/forum/han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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