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정채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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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애 [ridda] 쪽지 캡슐

2000-12-18 ㅣ No.4694

 

 

...느낌표를 찾아서...

 

                                    정 채 봉

 

 

느낌표를 쓰지 않는사람이 있었다.

무엇을 보거나 ’그렇지 뭐’로 시들하게 생각하는 사람.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신록의 나뭇잎을 대해도 쌍무지개가 떠도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

파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는 친구를 보거나 하면 ’원 저렇게 감정이 헤퍼서야’ 하고 혀를 차는 사람이었다.

이 집(사람)에 사는 느낌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삭아 없어지고 말 것이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느낌표는 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도 이 집을 탈출하여야겠다고 별렀다.

그러다가 어느 비오는 날 밤, 마침내 느낌표는 이 사람한테서 떠나 버렸다.

느낌표가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이 사람은 권태와 식욕부진에서 조울증으로 점차 발전했다.

보다못해 가족들이 그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그를 진찰한 의사가 처방을 일러 주었다.

"감동을 회복하십시오. 무엇을 보거나 오, 하고 놀라고 아, 하고 감탄하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기력은 쉬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는 느낌표가 달아나고 없었다.

그는 느낌표를 찾아 유명산으로 갔다.

유명극장으로도 가고 유명바닷가로도 갔다.

그러나 그의 느낌표는 그 어느 유명한 곳에도 있지 않았다.

그는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다.

목욕을 하고 한숨 잠을 자고 일어나니 문창호에 새하얀 빛이 스며들어와 있었다.

문을 열은 그는 순간 숨을 멈추었다.

그가 잠든 사이에 온 첫눈이 담장이고 마당이고를 살짝 덮고 있는 것이었다.

"오!" 바로 거기에 그의 느낌표가 숨어 있지 않은가.

"!"  

 

             

 

 

 

 

       오늘 퇴근길에 중앙병원에서 암투병으로 입원중이신 정채봉님을 문병했습니다.

       팬으로서...

       동화속의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은 어데가고

       1인실에 홀로 힘없이 누워계시는 할아버지 정채봉님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님을 사랑하는 모든이의 사랑과 기도가 그 분께 큰 용기와 위로가 되겠지만

       ....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없이 홀연히 주님께 가는게 큰 복인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님의 고통을 덜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면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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