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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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1-01-02 ㅣ No.4825

 

두 갈래 길

 

 

 

명상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는 그가 미련둥이라고 구박하는 머슴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새벽에 눈을 뜨면서부터 명상에 잠겨 밤이 깊을 때까지 계속하곤 했습니다.

 

움직이는 모든 몫은 모두 미련둥이 머슴 차지였습니다.

 

마당 쓸기, 변소 치우기, 상갓집 문상하기, 마을길 울력하기등...,

 

명상가의 명성은 날로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나중에는 명상가의 기침 소리조차도 진리의 표현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여기에서 심히 기침을 하셨다"라고 소개되면서,

 

명상가의 집 대문턱이 유명인사들의 발결음으로 닳고 닳으면서 ,

 

미련둥이 머슴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습니다.

 

날로 주인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으나 머슴의 얼굴에서는 주름골이

 

더욱 깊어져 갔습니다.

 

마챔내 명상가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신기하게도 같은 시간에 미련둥이 머슴 또한 죽었습니다.

 

그런데 저 세상으로 들어서는 순간 명상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가 인도되어 가는 곳이 천만 뜻밖에도 지옥이 아니겠습니까?

 

명상가는 발버둥치며 울부짖었습니다.

 

"나는 진리 외에는 말한 적이 없다."그러자 곁에 붙어선 사자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무리 진리라도 행하지 않으면 귀신 소리에 불과한 것일세.

 

그러니까 앞 생에서의 자네는 귀신 소리 확성기였던 거야."

 

사자가 천상을 가리켰다. "저기를 보게, 자네가 미련둥이라고 구박한

 

머슴이 천국으로 가고 있네. 그는 말한 진리보다는 행한 진리가 더

 

많았기에 천국으로 초대받은 것일세."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서에서는 사랑이 없는 것을 악이라고 했습니다.

 

성서가 가르치고 있는 사랑이란 연애 감정 같은 격렬한 열정이 아니고,

그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받은 생명을 살리고, 자기가 받은 은혜를 살려

훌룽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자기를 키워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하는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는 그런 삶을 21세기는 살아 갈

수 있도록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윗글은 이수철 신부님의 ’코이노니아’1996년 가을호에 실린 글을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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