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복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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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won3d] 쪽지 캡슐

2000-12-28 ㅣ No.3260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1요한 1,5-2,2 : 마태 2,13-18)

 

출애 1,8-16.22에 보면, 요셉의 사적을 모르는 왕이 새로 이집트의 왕이 되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무섭게 불어나는 것을 보고는 강제 노역을 시키며 못살게 굴고 사내아이들을 살해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세는 그런 와중에서 하느님의 섭리로 목숨을 구하고 장차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출해 내고 이스라엘 백성의 영도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탄생할 무렵에도 그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하늘의 커다란 별에 인도되어 구세주를 찾아와 경배하기 위해 여행을 하던 중, 이 위대한 왕의 탄생을 헤로데에게 알렸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헤로데는 자신의 왕권을 잃지 않으려고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 아기를 없애 버리기 위해 수많은 아기들을 잔인하게 죽이게 됩니다.

 

지배욕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합니다. 지배자의 눈에는 인간이 인간으로 비치지 않으며 한낱 하찮은 소유물이나 도구로 보일 뿐입니다. 헤로데는 동방박사들에게 속은 것 때문에 몹시 분노했고, 그 분노가 엄청난 학살을 낳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러한 애끓는 심정을 예레미야서의 말을 통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라마에서 들려 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예레 31,15) 여기서 라헬은 귀양살이에서 자식을 잃은 이스라엘의 모든 어머니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리스도를 위해 죽어갔고, 아무 말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구세주의 합당한 증거자가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죽어 가는 순교자들을 보고 애통해 했습니다. 이런 슬픔과 고통 중에 주님은 과연 계신가? 하고 원망하게 되지만, 정작 이 세상의 죄악을 보고 또 그 죄악의 결과 때문에 주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또 한 번 죽음을 당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억압에서 풀려나기 전에 수많은 사내아이들이 피를 흘렸고, 어린양의 피로 그들은 자유와 해방을 찾았습니다. 하느님이 인류를 구원하고자 구세주를 보내실 때, 또 많은 아기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죽음을 당한 것일까요? 하느님은 그렇게 잔인하거나 몰인정한 분이 아니십니다. 못난 지배자는 오히려 그 일로 자신의 죄만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죄 탓을 남에게 돌리기 위해 일을 저지르지만, 그것은 결정적으로 죄를 더할 뿐입니다.

 

오늘도 세상의 죄 때문에 그리고 나의 죄 때문에 "무죄한 어린이"들이 얼마나 많이 죽어가고 있습니까? 주님의 빛 안에 조용히 머물며 그분의 빛이 이 세상을 그리고 내 자신을 정화시켜 주시도록 부탁드립니다. 탄생하신 주님은 "혹 누가 죄를 짓더라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친히 제물이 되셨습니다. 우리의 죄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제물이 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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