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하느님을 향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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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won3d] 쪽지 캡슐

2001-01-01 ㅣ No.3276

하느님을 향하는 마음

 

 

확실히 우리는 한 가지 결점이나 성격들이 자기와 맞지 않을 때에는 그 한 가지 때문에 그 사람 전체를 싫어하는 과실을 범하기 쉽습니다. 인격 전체로 보면 그것이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에 불과한데도 그 사람 전체를 거부하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따로 찾으려는 노력은 상대의 전체상(像)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도 연결됩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시고 인간이 아무리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처하더라고 버리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관계를 맺으시는 것은, 인간 안에 자신도 모르게 숨어 있는 개개인의 무한한 가치 때문입니다. 각자는 존재하고 있는 한 부정할 수 없는 가치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이 인간의 가치를 눈여겨보고, 그것을 지키고 성장시키고자 부단히 역사하십니다. 하느님이 육화하시어 십자가의 길까지 가신 것은 인간의 가치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십자가에 못박히면서까지 사람을 구원하시려 할 정도로 인간은 가치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상대가 자기에게 아무리 큰 상처를 입히는 사람일지라도 자기와 관계되는 사람을 피하지 말고 마음을 열어 손을 뻗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형제애는 그리스도와 같이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 속의 우리는 머리로는 사랑해야 한다, 예수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적인 사랑으로 그대로 옮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은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합니다.

 

리지외의 데레사도 그 섬세한 감수성 때문에 어떤 시기에는 자매들과의 친교를 피하여 혼자 성당에 틀어박혀 있던 일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힘이 약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친교에 의하여 자신이 흐트러지고 상처 입을까 두려워 친교를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형제애의 실천에 있어서는 자기가 상처입고 혼란해질까 두려워해서는 진보하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와 같은 형제애를 살기 위해서는 설령 자기의 감정이 상하더라도, 자존심이나 자기 권리를 버려야 하더라도, 동요하지 않는 깊은 침착함과 평안을 유지할만한 생명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본능적으로 자기를 수호하려는 경향이나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고 자신을 위하려는 자아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향을 이겨내기 위한 인격의 성숙이 형제애의 실천을 위하여 배양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기의 생활권 밖으로 눈을 돌리고 한 번 행동으로 옮기면 그것에 대응해가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닙니다.

 

사랑이란 자기가 상처 입을 것을 각오해야 하며 자기가 형편없이 되고 마지막에는 살 권리까지도 포기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본질로 보아서 사랑은 자기 부정인 자신의 죽음을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자신이 하느님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여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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