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복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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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won3d] 쪽지 캡슐

2001-01-02 ㅣ No.3281

주님 공현 전 화요일(1요한 2,22-28 : 요한 1,19-28)

 

[예수님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증언]

 

요한은 구세주께서 오실 길을 미리 닦으며 준비한 선구자였습니다. 그는 회개하라고 선포하며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시켰고, 요르단 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요한의 주된 사명은 세례를 베푸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세례자라고 불리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회개했다는 사실을 실천이 뒤따르는 외적인 행위로 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요한의 주된 임무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알리는 데 있었습니다. 그가 베푼 세례도 그 주된 임무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즉 사람들로 하여금 구세주를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 세례자 요한의 사명이요 임무였던 것입니다. 그런 사실로 보면, 요한에게는 세례자라는 칭호보다 "증인"이라는 호칭이 더 적절하다고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요한은 예루살렘에서 파견된 대사제들과 레위 지파 사람들, 그리고 바리사이파 사람들 앞에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당당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례자 요한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하게 여겼고, 자기들의 생각에 비추어 요한이 누구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자기가 그리스도도, 메시아와 같은 인물(재림한 엘리야, 오기로 약속된 예언자)도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만 "나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 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라고 말하였다. 자신이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자이며, "말씀"이 아니라 그 말씀을 듣도록 준비하고 이끄는 "소리"일 뿐이라고 증언하였던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만 부각시킬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등장하지 않으신 분, 곧 자기 뒤에 오실 분의 위대함을 증언하면서 자신을 겸손되이 낮추었습니다. "나는 이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만한 자격조차 없는 몸이오."라고 말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분위기를 보면, 당시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요한에게로 집중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한은 자신의 사명에 충실했고, 자기 뒤에 오실 분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요한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주목을 그리스도께로 돌리려고 했습니다. 요한은 지금까지 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명성을 그리스도께로 돌리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무대 위에 선 요한을 주인공처럼 생각했지만, 자신은 조연이며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요한은 자기 자신의 역할은 뒤에 등장할 주인공을 위해 분위기를 돋우는 단역 배우로서 자임하며 무대 뒤로 사라지려고 했습니다.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하고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한다."고 고백한 요한의 말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요한의 이런 태도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요한은 주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겸손하게 처신할 것과 손님이면서 주인 행세를 하지 말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요한은 참으로 자기가 맡은 역할과 자기에게 맡겨진 사명에 충실해야 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 줍니다. 이런 겸손함과 솔직함이 배어나는 삶은 얼마나 덕스럽고 아름다운가!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도 결코 낮추어 보이지 않는, 그래서 큰 사람으로 보이는 요한이 오늘 더욱 부럽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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