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아들보다 든든한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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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 [luv1004] 쪽지 캡슐

2000-02-28 ㅣ No.420

우리이야기

 

아들보다 든든한 그분

 

 

일찍이 홀로 된 어느 어머니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외아들을 고이 길렀다.

여인이 남편처럼 의지하고 살던 그 아들을 장가들일 때의 이야기다.

아들은 어머니가 외로워하실 일이 걱정되어 함께 살고자 했지만

어머니가 극구 반대했다.

그네보다 앞서 아들 장가보낸 친구들이 진정으로 아들을 사랑한다면

따로 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함께 살다가 정이 나면 서로가 상처만 입는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어머니 하자는 대로 딴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짐을 챙겼다.

옷가지며 책이며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을 다 싸서 보냈다.

그날 밤 그네는 무언가 허전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제 정말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와도 아들을 잘 길러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어느 한 곳 한눈을 팔 수 도 없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반듯하게 자라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일가를 이룬 것이다.

그럼 무엇을 더 바라랴.

여인은 이제 한시름 놓았으나 자기 자신을 위하여

남은 삶을 잘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그네는 혼자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들이 없으니 대충 차렸다.

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으니 맞은편 자리가 휑뎅그렁 비어 가슴을 후볐다.

수저를 들지 못하고 멍하니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반짝 떠올랐다.

그네는 벌떡 일어나 자기 앞자리에 손님 오실 때만 쓰던 은수저를 꺼내다 놓았다.

그리고 반찬도 다시 갖추어 놓았다. 밥도 한 그릇 퍼다 놓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주님, 이제 저는 주님을 모시고 살겠어요. 그리고 식사때마다 이렇게 주님의 자리를

마련하겠어요. 조촐한 자리나마 꼭 함께해주십시오. 주님."

그네는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아들보다 훨씬 든든한 그분의 미소가 보였다.

 

좋은 글이 있어 가끔씩 올리며 지나갑니다.

 

아직까지 매우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신부님, 수녀님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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