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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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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61.73.44.*]

2006-01-01 ㅣ No.3895

+평화를 빕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사실, 천주교인과 개신교인이 서로의 신앙관과 전통은 지키되, 교회사적 전통과 서로에 대한 지식적 이해만 갖춰진다면 이런 해묵은 마찰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개신교인이든 천주교인이든, 그 신앙적 자의식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모범에 자신을 일치시켜가는 성화의 삶에의 지향입니다. 이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동물입니다. 늘 배우며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 가는 거지요. 현재의 나는 사회 가운데, 그리고 역사적 맥락 가운데서의 모범을 본받아 배우는 과정 가운데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럴진대, 하느님을 따라, 예수님을 본받아 살았던 선배 성인들, 그리고 현재의 훌륭하신 분들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도대체 왜 잘못이라는 말입니까? 또,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성인을 공경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군요. 성인들, 특히 성모님은 하느님의 구원의 계획에 자신의 전부를 바쳐 용감히 순종하고 평생을 주님을 따르며 산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십니다. 개신교 형제자매님들이라도 이 점은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화육(개신교 용어로는 성육신)을 통한 하느님의 위대한 구원 계획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편에서 가장 결정적인 응답을 한 분,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분인데 왜 공경해서는 안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복음서에서 "하느님 앞에서는 산 이나 죽은 이나 구분이 없이 모두 살아 있다"고 하셨듯이 먼저 간 선배 신자들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되어 한 교회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개신교인들도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중보기도''를 귀하게 여기면서, 왜 먼저 간 선배 신자들에게 전구를 청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하는지요? 개신교인들 역시 사도신경과 니체아신경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고, "성도의 교제"(성인의 통공)를 믿습니다. 그렇다면, 성인들께 전구를 청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성모님을 하느님과 예수님처럼 흠숭하고(흠숭과 공경은 다르니까요) 육신의 복만 빈다면 그건 잘못된 신앙이겠지요. 성모님을 비롯한 성인들을 본받아 삶으로써 그리스도께 나아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또한 우리 후대의 신자들에게 모범으로 남아야겠지요.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성모님을 비롯한 성인들을 공경한다하면서 정작 그 삶은 그분들과 동떨어져 있다면 그건 공허한 겁니다. ''오직 믿음''을 외치는 개신교인들 또한 믿음을 삶 가운데서 실천하는 성화와 선행의 삶을 귀하게 여기는데, 믿음의 구체적 실천을 중시하는 천주교인이라면 더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신교 종교개혁의 모토는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총''의 세 가지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어폐가 있습니다. 2천년 그리스도교 역사상 교회가 성서 말씀을 경시한 적이 없습니다. 개신교 분들께서 천주교의 미사 등 전례를 경험해 보시고 느끼신다면 얼마나 말씀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성서 말씀에서 나오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리고, 성서란 그리스도교의 전통, 즉 성전을 문자로 기록한 것입니다. 성서 해석이 정통성을 확보하려면 교회의 전통이라는 맥락 안에서 해석되어야 하고, 이는 개신교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천주교회가 성서와 성전을 동시에 귀중히 여기는 것이 하느님 말씀의 귀중함을 격하시키고 인간적인 요소를 개입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신교 신학 가운데서도 비보수적이고 교회일치적인 쪽은 ''오직 성서''라는 원칙이 이같은 점에서 해석학적인 모순에 빠지게 만든다는 데 동의합니다. ''오직 은총'' 또한 교회가 부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죄에 빠진 인간은 스스로 구원받을 능력이 없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 죄 용서함과 구원을 받는다고 2천년동안 한결같이 믿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 조건없는 선물인 구원과 믿음이라는 은총에 대한 응답으로써 우리는 믿음의 실천으로써 성화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묵주기도 등 천주교의 영성수련 방법들은 교회가 2천년동안 노력하고 경험한 지혜의 산물입니다. 묵주나 성상 등은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 자체가 신적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성상과 제대 앞에 절할 때 그 물건 자체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흠숭하는 것이며 성모님을 공경하는 뜻입니다.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할 때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에 분심 없이 더 깊이 침잠할 수 있는 것이구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보수적 개신교회들에 유행하는 기독교 대중문화에 바탕한 CCM 예배(이걸 예배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나 큰 소리로 열정을 토하는 통성기도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훌륭하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방법으로도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성차별에 대하여서는 저도 어느 정도 수긍합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교회의 여성사제 서품 불가 입장에 의문이 있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개신교회 역시 불과 최근에 들어와서야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했습니다. 그 밖의 일선 교회에서의 여성차별 문제는 개신교나 천주교나 다 같이 문제가 있으니 따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요는, 개신교회라 해서, 일부 진보적인 소수를 제외하고는 결코 여성해방적인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리어 천주교회는 여성수도자들의 교회 내 활동, 수많은 성녀들(무엇보다 성모님)에 대한 공경 등을 통해 여성의 교회 참여와 여성성에 대한 존중을 실천해 왔습니다.

 

 

반대로 천주교 신자분들도 개신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데 무슨 교회일치가 되겠으며, 그렇기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겠지만, 또한 때문에 소모적이고 공허한 논쟁 밖에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잘 설명해 드리면서 대화함으로써 천주교 분들이든 개신교 분들이건 가리지 않고 한 믿음을 나누며 잘 지냅니다.

 

필요없는 싸움, 해서는 안 될 싸움의 소지는 없애는 게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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