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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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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동성당 [hagye] 쪽지 캡슐

2006-05-10 ㅣ No.5186

저는 짧아진 여덟 개의 손가락을 쓰면서
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1인 10역을 해내는 엄지 손가락으로 생활하고 글을 쓰면서는
엄지손가락을 온전히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 없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
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았고
막대기 같아져 버린 오른팔을 쓰면서
왜 하나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
손이 귀까지 닿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온전치 못한 오른쪽 귓바퀴 덕분에 귓바퀴라는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나님이 정교하게 만들어주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잠시지만 다리에서 피부를 떼어내

절뚝절뚝 걸으면서는다리가 불편한 이들에게

걷는다는 일 자체가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는지,
껍데기일 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남겨주신 피부들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감사했으며 하나님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정교하고 세심한 계획아래 만드셨는지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 중에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백만분의 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


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 때로는 죄인으로,
얼굴도 이름도 없는 초라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그 기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고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게 낫다라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놓는
죽는게 낫다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분명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무런 희망 없이

길 위에 고꾸라져 잠을 청하는 노숙자도

평생을 코와 입이 아닌목에

인공적으로 뚫어놓은 구멍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사람도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들풀도,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신 이상
그의 생명은 충분히 귀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삶입니다.

그 귀한 삶을 동정하지 마십시오.

넘겨짚지도 마시고 오해하지도 말아주십시오.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네~...이러고도 삽니다.


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
이런 몸이라도 전혀 부끄러운 마음을 품지 않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이런 몸이라도 사랑하고

써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드리며...

저는 이렇게 삽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물었습니다.
예전의 모습으로, 사고 나기 전 그 자리로 되돌려준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바보 같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 대답은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입니다.


또 누군가는 진짜냐고, 진심이냐고 묻겠지만,

저는 지금 이 모습이라도 행복하고 기쁩니다.

 

지금 이 모습의 저도 지선이고

예전의 지선이도 저니까요.


거울 속의 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을 건넵니다.

“안녕, 이지선!”


거울 속의 새 지선이도 인사를 합니다.
“지선아, 사랑해!” 라고….

 

            (희망과 용기의 꽃) - 지선아 사랑해 中 -


순간의 사고로 7개월 간의 입원과 11차례의 수술.
3년여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지금,

그녀에게 삶은 죽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것이었다.


"사는 것은,

살아남는 것은

죽는 것보다 훨씬… 천배 만배는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힘들 때에도 '여기가 끝이 아니다'

'네게 희망이 있다'는 하나님 말씀이 들려와 참을 수 있었어요.

분명히 저를 살려주신 섭리가 있으실테니까요.


우리는 세상에 정말 중요하고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입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사랑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절망이 얼마나 사람을 죽이는 것인지,

희망은 얼마나 큰 힘이 있는 것인지,

행복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정말 세상에 부질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기쁨과 감사는 얼마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고난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태어나게 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외모가 우리와 다른 것은 단지 '다름'일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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