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이건 내일 올릴려고 했는데... |
---|
그를 위해서라면 / 이정하
내 그대를 위해 하루에 담배 한 개비씩 덜 피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내 그대를 위해 거창한 것은 해주지 못하나 아름답고 든든한 배경은 되어 주지 못하나 아주 작은 티끌 하나로도 그대의 근심은 되지 않겠습니다.
그대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악보가 되어 주진 못하나 건반이 되어 소리를 내겠습니다. 건반마저 되지 못한다면 그대가 앉아 있는 의자라도 되겠습니다.
그대가 시집을 읽을 때 시는 되어 주지 못하나 안경이 되어 활자를 밝히겠습니다. 그마저 되지 못한다면 책 사이에 끼여 있는 책갈피라도 되겠습니다.
내 그대를 위해 작정한 모든 것이 그대 눈가의 잔주름 하나 지울 수 있다면 세상의 그 무엇이 된들 상관 있겠습니까. 있는 듯 없는 듯 그대 곁에서 가까이만 있겠습니다. 내 그대를 위해 거창한 것은 해주지 못하나 아름답고 든든한 배경은 되어 주지 못하나 행여 티끌 하나라도 근심은 되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