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가 가벼운 치매에 걸렸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근처에 사는 레지오 단원이 방문을 해서 기도를 하면 딴소리를 하다가도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아멘’ 하신다. 평생을 성당에 다닌 일도, 하느님 이름을 불러본 일도 없는 분이지만 성서 말씀을 들려드리면 다소곳이 앉아 말씀을 듣는다. 그 말씀이 그렇게도 듣기 좋으시단다. 마치 천사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 같다 하신다. 레지오 방문이 끝나고 사람들이 떠나면 또다시 할머니는 정신을 놓고 며느리를 괴롭힌다. 할머니를 진정시키기에 힘에 부친 며느리는 다시 이웃 레지오 단원에게 연락을 해서 불러들인다. “할머니, 나를 또 찾았어?”라고 하면 “응, 내가 불렀어. 자네가 천사야, 천사”라며 제정신으로 대답하신단다. 성서 말씀이, 하느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그 말씀이 그토록 듣기 좋아서 그 말을 전해주는 레지오 단원이 천사라고 치켜세우시는 할머니의 지난 삶은 얼마나 고단하고 외로웠을까?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시는 예수님은 치매로 고통스러워하는 할머니의 상처를 알고 계시고 자캐오의 허전하고 텅 빈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 사랑을 갈망하는 내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관심을 얻기 위해 다른 이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거나 모질게 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랑받기를 두려워하면서 사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진심어린 말 한마디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그들의 외로움을 예수님은 어루만져 주신다. 나도 나무에 올라가 나의 눈길을 기다리는 자캐오를 바라보아야겠다. 나도너도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참 외롭다. 오늘 내가 함께 머물러야 하는 외로운 자캐오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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