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나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힘겹게 거친 세상을 살아왔다.
누나는 서른이넘도록
내 공부 뒷바라지를 하느라시집도 가지 못했다.
학력이라곤 중학교 중퇴가 고작인
누나는 택시기사로 일해서 번 돈으로
나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냈다.
누나는 승차거부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차에서 내린 곳이 어두운
길이면 꼭 헤드라이트로 앞길을 밝혀준다.
누나는 빠듯한 형편에도
고아원에다 매달 후원비를 보낸다.
누나는 파스칼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남모르게 한선행이 가장 영예롭다'는
파스칼의 말을 실천하고있다.
그런 누나가 중앙선을 넘어온
음주운전 덤프트럭과 충돌해
두다리를 못쓰게 되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는
너무나 큰불행이었다.
여자쪽 집안에서는
내가 누나와 같이 산다면 파혼 하겠다고했다.
그녀도 그런 결혼생활은 자신이 없다고했다.
누나와 자신중에 한 사람을 택하라는
그녀의 최후통첩은
차라리 안들은 것만 못했다.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생각했던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