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근처에 수도원을 지었다. 돈이 없어서 수사님들도 잡부 노릇을 해야만 했다. 먼저 바닥을 다지기 위해서 꽤 크고 무거운 돌들을 수도 없이 주워서 채웠다. 길이 좁아 큰 차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며칠 동안 손으로 일일이 날라와 쌓아놓고는 마음 뿌듯해하기도 했는데 콘크리트로 그 돌들을 덮으면서 그동안의 수고와 땀이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구나 하며 서로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가 10여년 동안 계속되었다. 감사드려야 할 일은 그동안 산길을 오르던 차가 뒤집히거나 하는 사고의 위험도 많았지만 우리 형제들 누구도 심한 부상을 입거나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기쁨도 있었고 힘겨울 때도 있었다. 집을 짓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함께 일하면서 부딪치는 상처도 컸다. 어떤 이는 공사 과정에서 형제들과 마음을 상해서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까지 말하기도 하였다. 오랜 공사 끝에 마침내 제법 번듯한 집이 세워졌다. 수도원을 수도원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의 아름다움이나 공사의 완벽함도 필요하겠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 화해와 용서, 기도와 사랑 역시 필요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한데 뭉쳐 기초 바닥에 들어간 호박돌처럼 집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오해와 갈등이 있었기에 화해와 용서가 더욱 절실히 다가왔고 사랑이 자라났다. 수도원은 벽돌과 콘크리트만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우리의 눈물과 한숨, 분노와 짜증 그리고 기쁨과 감사가 벽과 바닥에 고스란히 배어들어 살아 있는 우리 삶의 표지가 되었다. 하느님의 집이 되느냐, 강도들의 소굴이 되느냐 하는 것은 집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 가정의 기초는 무엇인가? 눈물과 한숨과 기쁨을 고스란히 안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수도원은 여전히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