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의 자존심이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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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2-08-26 ㅣ No.2691

'으악!' 엘리베이터 앞부터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김없이 우리집 괴물 소담이 시험을 보고 오나보다.  이 순간이 난 정말 두렵다.  과연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들어올까 ? 언제부턴지 난 아이의 얼굴을 살피고 사는 인물이 되었다. 어떤 쪽인지... 잘 보았는지 못보았는지 평소엔 한 개만 나가도 우는 소리와 함께 유난히 더 신발을 끌고 소리를 치고  들어오는데... 오늘은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모습이다. 그렇다고 활짝 웃고 들어오는 모습도 아니었다. 나의 상상력과 두려움은 더욱 커가고...   

 

 나의 두려움은 아이의 시험 성적 때문이 아니다.   공부해서 얻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울고불고 마음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젠 작은 딸 새롬까지 합세해 나의 두려움은 두 배로 증가했다. 아이들은 알까?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가슴앓이를 하고 말못하고 있는 이 엄마의 맘을...

 

  오늘 저녁엔 두 아이를 놓고 말했다."너희들은 엄마의 자존심이다.  알고 있지? 하지만 엄마의 자존심들이 오늘 이렇게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서 엄만 슬프다. 늘 말했지만 첫째가 건강이고 둘째가 서로 사랑하는 거고 셋째가 공부라고 했지? 그러나 오늘 너희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서 엄만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어. 지나간 시간은 돌이키지 말고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을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라고  엄만 생각한다.  지나간 것들에 연연해하면 할수록 더 자신을 옭아매어 다음 시험까지 영향이 있는 것을 너희들은 잘 알 거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아이들은 말없이 미소를 보내왔다. 피곤한 얼굴을 하고서... 나의 자존심 소담, 새롬아!  엄만 너희들을 믿는단다. 지금 너희들이 쓰고 있는 인생 노트가 나중에  명저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화이팅!                -ja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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