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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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2-08-29 ㅣ No.2692

일기-5-

 

"엄마, 내일 6시30분까지 가야해."  "알았어." 그리고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요즘 아이가 돌아오는 것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왠지 몸이 힘들었다.

"담아 일어나 갈 시간이야." "늦는다. 어서 일어나." 반쯤 감은 눈을 가지고 학교로 향하는 딸의 모습.  이것이 어제 하루 딸과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다.  분명 이것은 아닌데 무언가를 지금 잃고 있는 것인데 간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힘없이 서 있는 자신을 오늘은 바라보았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따로 있는데 현실에 대항하지 못하고 따라가고 있는 내 모습...

 

오늘 백일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에 갔는데 창문 너머로 짙은 초록의 나무 이파리들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생긴 그 자체로 남에게 위안을 주고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어 주는 나무 이파리가 ...

 

한 가난한 소녀가 선생님에게 선물을 주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어 수킬로 미터를 걸어서 예쁜 조약돌을 주워 선생님께 드렸다. 고마워 하는 선생님께 "수킬로 미터를 걸어서 간 제 마음까지 선생님께 드리고 싶었어요." 하면서 수줍게 인사하는 그 소녀의 모습...

 

' 그래 지금 이 힘든 시간들 그 자체로 주님께 봉헌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기쁨 맘으로 기도하면 되는 거야.' 두려워말고 지쳐하지 말고... 한 송이 예쁜 붉은 장미를 주님께 바치듯 그렇게... 그렇게... 그 아름다운 과정을 사랑하는 거야.  

 

나비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나비의 삶을 사는 것이 애벌레의 길인 것처럼 그냥 내 주어진 일상에 충실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조쟈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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