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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시는 주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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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 [jelka] 쪽지 캡슐

2005-01-01 ㅣ No.776

"늘 성실하게 사시니 행복하시죠?"

 

연말연시를 맞아 주위에 계신 한 분께서
인사차 전화를 주시며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행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성실하게 살아서였기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전지전능하신 분의 말씀대로,
그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가까운 곳 저희들의 곁에서 보시기에
보기 좋구나 하실 수 있도록,
아니, 가능하면 그분의 말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주님의 말씀대로 생활하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 분께서 제게 그런 저의 성실성의 정도를 보시고 나신 후
이리저리 계산하신 다음 거기에 걸 맞는 행복을 주신다고 하기보다는
누구나 행복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무상으로 한없이 행복을 주시는 것이
바로 그분의 자비로우신 은총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 라는 말씀(요한15:7 일부)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 구절 전체를 다시 보자면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이해하기 쉽고 알아듣기 쉬운 말씀인데도
많은 분들이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고 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위의 복음 구절을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라는 말씀은
곧 다음과 같은 말씀을 연상시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해서 당신의 몸을 내어 주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2:20-

 

또한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의 말씀은
그분의 말씀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면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살아가기엔,
언뜻 보기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실행하기엔
더구나 요즘 같은 세상엔 참으로 어렵고 힘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말씀들을 지키기엔
희망이 없을 것 같은 것이 사실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기도하며 믿음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신앙이 돈독하신 어떤 분을 만나
같이 자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학생이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모두 우등생이 되는 것은 아니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말씀은
"성경말씀 대로만 산다고 하여
모두 구원받는 것은 아니란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바로 이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는
요한 복음의 말씀을 들추어내고 싶은 마음이
바로 목구멍 바깥 혓바닥 위에로 까지 나와 있었지만
입술 밖으로 꺼내어 놓지는 못했습니다.

 

과연 나 자신이 그만큼 자신 있게 주님을 사랑한다고,
주님을 사랑할 만큼 주님의 말씀을 지키며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실 만큼 그런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감추는
볼품없는 모양으로 아무 말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씀에 대한 응답을 못한 이유는
전적으로 나에게 있었음을 시인합니다.

 

설사 응답이 있었다 해도 그 응답은 나의 힘으로,
내가 잘나서, 내가 신앙이 있으니까, 내게 능력이 있으니까,
내가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왔으니까, 내가 아는 것이 많아서 등등이
전혀 아닌 오로지 주님의 은총의 힘으로 였을 것이라는
진리를 저는 믿습니다.
-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리스도를 믿어서 된 것이지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에페 2, 8) -

 

그리고 아직도 저는
성실하게 주님의 말씀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는 한
그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주님께 보여드리기만 해도
그분은 이내 반갑게 안아주시고
쓰다듬어 주시며  자비를 베푸시는
그런 분이시라는 것을 믿으며

 

묵은해를 보내며 새로운 한해를 맞는
오늘밤도 주님 안에서 마음껏 기뻐합니다.

 

^^^^^^^^^^^^^^^^^^^^^^^^^^

다음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물에 밀접히 존재하신다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을 정교하게 시로 쓴
시인 톰프슨(Francis Thompson)의  시입니다.

 

 오, 볼 수 없는 세계,
    우리는 당신을 보나이다.
 오, 만질 수 없는 세계,
    우리는 당신을 만지나이다.
 오, 인식할 수 없는 세계,
     우리는 당신을 인식하나이다.
 파악할 수 없는,
     당신을 우리는 붙잡나이다.

 

2004년 따스한 12월 마지막날. 이 의정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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