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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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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10-13 ㅣ No.7480

등산을 준비하는 마음으로.(루카 11, 27-28)

 나는 가끔 등산을 갑니다.

어느 산이나 오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산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일단 즐거움입니다.

 산을 쳐다보면 ‘언제 오르나!’하고 생각하지만, 한발 한 발 걷다 보면

나는 어느새 산 정상에 서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산을 오를 때 너무 성급하게 서둘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한발 한발 내 디뎌야 합니다.

남들이 아무리 빨리 올라간다 해도 나는 내 능력껏 아주 천천히 올라갑니다.

그 대신 나는 산을 오르되 바른 자세로 올라갑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앞으로 내 딛는 다리를 쭉쭉 펴며 스트레칭하는 기분으로

다리의 근육을 최대한 이용하며 올라갑니다.

이렇게 산을 오르는 것은 아무렇게나 산을 오르는 것보다 처음에는 힘이 더 듭니다.

그러나 바른 자세로 오르다 보면 나의 다리는 점점 강해지고,

허리와 팔과 어깨는 점점 가벼워져서

나중에는 아무렇게나 산을 올라간 이들을 따라 잡게 됨은 물론,

산행을 마쳤을 때 피로감이 훨씬 덜 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산행을 마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말이 있지만,

그 한 걸음을 어떻게 내 딛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비뚤어진 자세로 첫 발을 내딛으면

그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걷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길을 걷거나 산을 오르거나,

걸으면 걸을수록 그의 인생길을 고달플 따름입니다.

또한 남들이 빨리 걷는다고 무조건 나도 그렇게 따라하다 보면,

결국 나는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아무렇게나 걷는 이들을 쫓아가다 보면,

나도 그들의 걸음걸이를 닮게 되어 결국 다리 관절이 상하고,

발바닥에는 물집이 잡혀 더 이상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루카 복음 11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던 군중 속에서

어떤 여인이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말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을 낳으셨으니 얼마나 보람되고 기쁠까!’하는 생각을 하고,

크게 외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과 말을 들으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산 정상을 이미 올랐다가 내려오는 사람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산의 높이를 잴 필요도 없습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희망과 기쁨, 그리고 행복입니다.

우리는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딛으면 되는 것입니다.

천천히 바른 자세로, 허리와 가슴을 곧게 펴고,

산에 있는 나무와 꽃과 계곡의 물을 감상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기쁘게 산을 오르다 보면 나는 언젠가 산 정상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입니다.

 

내가 팔과 다리가 없거나 쓸 수 없어,

산을 오를 수 없다면 당연히 부러워하겠지만

내가 산을 오를 수 있는 여건과 계획을 갖고 있다면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며 행복은 바로 내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씀도 같은 것입니다.

 처음에 주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우리는

‘내가 하느님의 이 엄청난 말씀을 어떻게 다 듣고 지킬 수 있겠는가!’하고

걱정이 앞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발 한발 산을 오르는 것처럼, 주님의 말씀을 듣고,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실천하다 보면

나도 어느새 주님 말씀을 듣고 지키는 행복한 사람이 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지키는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은총과 축복을 느끼게 되고,

주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 안에서 우리는 참된 행복을 찾고 얻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한다는 것은,

마치 등산을 떠나기 전 배낭을 준비할 때처럼,

가슴 설레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듣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산을 오를 때 느끼는 맑은 공기, 시원한 계곡의 맑은 물, 싱그러운 잎사귀,

시원한 바람, 멀리 보이는 지평선, 오솔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어느 때는 숨 막힐 것 같은 가파른 절벽과 험난한 숲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산을 오르는 기쁨의 과정들일 뿐입니다.

 

그러니 산을 오르기 위해 배낭을 챙기십시오. 그리고 신나게 산을 향해 떠나십시오.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성경을 손에 들으십시오.

그리고 펴서, 읽고 묵상하고 실천하십시오. 거기에 신나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성경강의를 들으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말씀을 먹고 살면,

여러분의 앞에 있는 행복이 진정으로 여러분의 것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말씀을 먹고, 말씀을 마시며,

말씀의 인도로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지는, 살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마냥 부러워 하지만 말고, 나도 그 자리를 꼭 차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든지 등산을 떠날 준비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멋쟁이들을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그 보다는 나도 한 번 쯤은 배낭을 챙겨,

근심걱정 다 놓아두고 신나게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밤밭 마테오 신부님 말씀 -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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