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날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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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7-02-05 ㅣ No.7335



      날게하소서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 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억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보다 길을 잘 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평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千刃斷涯) 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싸움 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늑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주소서 날게 하소서. 뒤쳐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 못한 사람은 공작의 날개를, 홀로사는 노인에게는 학의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가는 가족에게는 원앙새의 깃털을 주소서.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 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하소서. 李御寧 의 "丁亥年 所願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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