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외국인 신랑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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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8-01 ㅣ No.2607

 

 

 

 

 

 

하와이에서는 매일 저녁 7시부터 11시 반까지 한국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그 전날 프로그램을

 

재방송 해준다.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LA보다도 한국 방송 시간이 긴 거 같다.

 

 

 

 

 

 

 

 

 

한국 드라마는 모두 영어 자막이 밑에 같이 나와서 한국 사람뿐만이

 

아니라 하와이에 사는 다른 민족들도 많이 본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 많다고 신문에 난적도 있는 걸로 봐선 확실히

 

시청률이 높긴 한가 보다.

 

 

 

 

 

 

 

 

 

 

울 신랑한테 대학교 다니는 여동생이 있는데 - 나의 시누이로군.... -

 

류시원의 열렬한 팬이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하와이 젊은애들한테 류시원

 

인기 끝내준다.....

 

 

 

 

 

 

 

 

어쩌다가 내가 한국 방송을 보고 있으면 신랑이 꼭 옆에 와서

 

끼어든다.

 

하여간 아는 척 할 거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인간이다.

 

 

 

 

 

 

 

 

 

 

Lesson 1

 

 

 

 

가을 동화가 한창 인기있었을 때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까지도 가을 동화는 모두 봤다.

 

16회까지 보는 동안 내내 열 여섯 번 울었다.

 

송혜교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엄마네 가게로 찾아가서

 

같이 저녁 먹고 소주마시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신랑이 들어왔다.

 

 

 

 

 

 

 

 

신랑: 어? 쟤 너랑 똑같이 생겼다!!!

 

 

 

 

 

 

 

울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확 펴졌다.

 

 

 

 

 

 

 

니나: 맞어, 맞어, 이쁘지? 80년인가 81년 생이라나.....

 

 

 

 

 

 

 

울다 말고 신이 났다.

 

 

 

 

 

 

 

신랑: 엥? 근데 왜케 늙어 보여...... 머리는 뽀글뽀글해가지구.....

 

니나: ??????????????

 

 

 

 

(순간 정지 3초)

 

 

 

 

 

니나: 내가 저 아줌마 닮았다는 소리야?!!!!!!!

 

 

 

 

 

 

 

 

 

 

 

신랑은 벌써 멜론거리며 도망가 버렸다. (얍삽한 인간.... -_-)

 

 

 

 

 

 

 

 

 

그래도 이건 애교로 봐준다....

 

정말 기가 막힌 건 신랑이 한국 방송 보면서 쓸 데 없는 말을

 

자꾸 배우는 거다.

 

그게 바로 요 밑에 나오는 얘기다.

 

 

 

 

 

 

 

 

 

 

 

Lesson 2

 

 

 

 

 

나는 무척 덤벙댄다.

 

유리컵은 몇 주에 한번씩 꼭 깨뜨리고 시아버지가 아끼는 화분을

 

깬 적도 있다.

 

주기적으로 꼭 문지방에 발가락도 찧인다.

 

신랑이랑 외식하러 나가서 괜히 혼자 넘어질 때도 많다. (-_-)

 

 

 

 

 

 

 

 

 

 

 

 

예전에는 안 그러더니 신랑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릇을 깼을 때다.

 

 

 

 

 

 

 

 

신랑: 렐콜릴리!

 

니나: ?????

 

신랑: 렐콜릴리, 렐콜릴리~

 

 

 

 

 

 

 

 

하도 헛소리를 많이 하는 인간인지라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저 하자는 데로 놀게 내버려두었다.

 

 

 

 

 

 

 

 

 

 

다음날, 방문이 닫혀 있는 걸 모르고 들어가다 이마를 박았다.

 

아파 죽겠는데 신랑이 예의 그 이상한 소리를 지껄인다.

 

 

 

 

 

 

 

 

신랑: 렐콜릴리~

 

 

 

 

 

 

 

어디서 또 이상한 걸 들어가지구 저러는지....

 

 

 

 

 

 

 

 

니나: 도데체 그게 뭔 소리야?

 

신랑: 몰라?

 

니나: 몰라.....

 

신랑: 이상하다... 한국 방송에서 나왔는데.....

 

니나: 중간에 중국 방송할 때 들은 거 아냐?

 

 

 

 

 

 

 

 

 

가르치는 말은 안 배우고 어디서 맨날 이상한 거만 주워들어가지고

 

온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그 동안 신랑이 틈만 나면 옆에 와서 <렐콜릴리>를 외치고 다녔음은

 

물론이다. (-_-)

 

 

 

 

 

 

 

 

 

 

하루는 신랑이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 나를 급하게 불렀다.

 

 

 

 

 

 

 

 

 

신랑: 빨리와, 빨리와, 이거봐봐.... 나왔어, 렐콜릴리....

 

니나: 뭔데, 뭔데?

 

 

 

 

 

 

 

 

신랑은 TV 유치원 하나 둘 셋을 보고 있었다. (-_-)

 

 

 

 

 

 

 

 

 

신랑: 저거봐.... 렐콜릴리......

 

니나: ????????????

 

 

 

 

 

 

 

 

 

여러 아이들이 모여서 한 아이를 놀리고 있었다......

 

얼레꼴레리, 얼레꼴레리~ (-_-)

 

 

 

 

 

 

 

 

 

니나: 여태까지 나한테 저거 한 거야?

 

신랑: 응..... 렐콜릴리~ 렐콜릴리~ 엉덩기키리~ 렐콜릴리~ (-_-)

 

 

 

 

 

 

 

 

 

 

 

Lesson 3

 

 

 

 

 

신랑은 바닷가에 나가서 수영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

 

나는 ...... 별로 안 좋아한다......

 

수영을 못해서.......

 

살 태우기도 싫고.......

 

젖은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구......

 

금방 배고프구......

 

등등의 이유가 있다......

 

신랑 말처럼 몸매가 없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 ........ (에취! -_-)

 

 

 

 

 

 

 

 

 

 

신랑: 바닷가 가자.....

 

니나: 싫어....

 

신랑: 아쿠종마!!!!!

 

니나: 뭐?

 

 

 

 

 

 

 

 

 

신랑은 렐콜릴리 이후로 베트남 말인지 몽고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자유자재로 마구 쓴다.

 

 

 

 

 

 

 

 

 

신랑: 하와이 살면서 수영 못하는 건 너 밖에 없을 거야

 

니나: 상관 안해

 

신랑: 아쿠종마!!!!

 

니나: 자꾸 뭔 소리야!

 

신랑: 아쿠종마야!!! 아쿠종마!!!!

 

니나: ????????????

 

 

 

 

 

 

 

 

 

날이 갈수록 신랑이 이상해지는 거 같다.....

 

나랑 같이 살아서 그런가 보다......

 

 

 

 

 

 

 

 

 

 

 

렐콜릴리와 마찬가지로 아쿠종마도 한동안 풀 수 없는

 

미스테리였다.....

 

몇 주가 지났다.....

 

신랑이 아쿠종마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형식의 문장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신랑: 수영할래?

 

니나: 왜 맨날 물어봐? 싫어하는 거 알면서.....

 

신랑: 아쿠종마!! 나카무싸라!!!!!

 

니나: ???????? ......... 교회 부흥회 갔다가 방언이라도 받았어?

 

 

 

 

 

 

 

 

 

그러나 신랑은 지지 않고 당당히 한국 방송이 나오고 있는 TV를

 

가리킨다.

 

 

 

 

 

 

 

 

신랑: 저기 봐!!!! 아쿠종마!!!!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 제목은 잊어버렸는데 코미디였다.....

 

이영자가 남편 역을 맡은 개그맨과 부부싸움을 하구 있었다....

 

 

 

 

 

 

 

 

 

이영자: 아이구 정말, 내가 못살아 내가 못살아.......

 

신랑: 아쿠종마, 나카무싸라...... 나카 무싸라...... (-_-)

 

 

 

 

 

 

 

 

 

아, 외국어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

 

 

 

 

 

 

 

 

<에필로그>

 

오늘 아침에 신랑이 절 깨우는데 너무 피곤해서

이불을 붙잡고 늘어졌었습니다.

신랑은 일어나라고 닥달을 하다가 결국 안 일어나니까

한마디하고 나가버리더군요.....

 

"놀푸!!!!!!"

 

놀부란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온거여.....

갈수록 쓸 데 없는 말만 늘어갑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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