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외로움(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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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3761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2004-11-16)

독서 : 묵시 3,1-6. 14-22 복음 : 루가 19,1-10

* 외로움 *

그때에 예수께서 예리고에 이르러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거기에 자캐오라는 돈 많은 세관장이 있었는데 예수가 어떤 분인지 보려고 애썼으나 키가 작아서 군중에 가리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길을 앞질러 달려가서 길가에 있는 돌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갔다. 예수께서 그곳을 지나시다가 그를 쳐다보시며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자캐오는 이 말씀을 듣고 얼른 나무에서 내려와 기쁜 마음으로 예수를 자기 집에 모셨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 사람이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구나!” 하며 못마땅해하였다. 그러나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갑절은 갚아주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자캐오를 보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다.”
(루가 19,1-­10)

한 할머니가 가벼운 치매에 걸렸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근처에 사는 레지오 단원이 방문을 해서 기도를 하면 딴소리를 하다가도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아멘’ 하신다. 평생을 성당에 다닌 일도, 하느님 이름을 불러본 일도 없는 분이지만 성서 말씀을 들려드리면 다소곳이 앉아 말씀을 듣는다. 그 말씀이 그렇게도 듣기 좋으시단다. 마치 천사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 같다 하신다. 레지오 방문이 끝나고 사람들이 떠나면 또다시 할머니는 정신을 놓고 며느리를 괴롭힌다. 할머니를 진정시키기에 힘에 부친 며느리는 다시 이웃 레지오 단원에게 연락을 해서 불러들인다. “할머니, 나를 또 찾았어?”라고 하면 “응, 내가 불렀어. 자네가 천사야, 천사”라며 제정신으로 대답하신단다.
성서 말씀이, 하느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그 말씀이 그토록 듣기 좋아서 그 말을 전해주는 레지오 단원이 천사라고 치켜세우시는 할머니의 지난 삶은 얼마나 고단하고 외로웠을까?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시는 예수님은 치매로 고통스러워하는 할머니의 상처를 알고 계시고 자캐오의 허전하고 텅 빈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 사랑을 갈망하는 내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관심을 얻기 위해 다른 이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거나 모질게 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랑받기를 두려워하면서 사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진심어린 말 한마디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그들의 외로움을 예수님은 어루만져 주신다.
나도 나무에 올라가 나의 눈길을 기다리는 자캐오를 바라보아야겠다. 나도너도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참 외롭다. 오늘 내가 함께 머물러야 하는 외로운 자캐오는 누구인가?

이정호 신부(구속주회)

-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

우리 살아가는 날 동안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스러운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 살아가는 날 동안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격스러운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온 세상을 아름답게 할 일들이
많았으면 정말 좋겠다
우리 살아가는 날 동안에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나의 자캐오! 나의 시모님! +

오늘 내가 함께 머물러야 하는 외로운 자캐오는 누구인가?

우리가 어느때 주님께 음식을 드렸고
목마른 주님께 마실것 언--제 드렸나.

우리가 어느때 주님을 집에다 모셨고
헐벗은 주님께 입을것 언--제 드렸나.

우리가 어느때 주님을 돌보아 드렸고
병드신 주님께 문병을 언--제 하였나.

[후렴]
진실히 네게 이르노니
미소한 형제중에 하나에게 베푼 것 모두가
내게 한 것 이니라...내게 한 것 이니라./
성가책에 나오는...우리가 부르는 성가곡의 가사입니다.

치매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저리게 하는 것은...
돌아가신 친정어머님께서 오랜동안 중풍에서 시작되어 나중에는
치매로 이어져 우리의 속을 애태웠기 때문입니다.요즘은 시모님
께서 나날이 좋아지고 계시지만 연로하시니 치매가 시작 되는듯
합니다. ㅠ.ㅠ

또 레이건 대통령이 오랜동안 앓았던 알츠하이머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낸시 여사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추억
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것..."/ 너무나 안타까워하는 낸시여사
가 레이건 대통령을 보내는 장례식을 T.V로 보면서 말로다 표현
할 수 없는 그 슬픔과 고통이 이내 가슴에 전해져왔습니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라는 떠나는 이의 말을....
빌린다면 치매란 손님은 어느 누구에게 찾아올지 우리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음이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미국은 '노인과 어린이'의 천국이라고..
양로원 시설이 어디 못지않게 잘 되어있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남의 말이기에 쉽게들 건넬 수가 있습니다.전문가에게
맡기면 더 잘해줄터인데...라고 말입니다.

울어머니...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주 허허벌판에 용감한 이름으로 보내시고
돐된 아들 하나 바라보고 평생을 홀로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아들따라 미국으로 건너오신지 이십여년 동안 또 외로움
의 연속이셨습니다.

삶의 고해를 건너건너 느즈막히 [안나]라는 며눌아이 만나서 겨
우 편안한 삶을 누리시게 되었는데..../치매라는 손님이 찾아오
려고 시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혼자서 걸으시기에는 점점 버거
워져갑니다. 앗!나의 도움이 더욱 필요해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문가가 있다고 합니다.좋은 시설을 권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을 것입니다. 특히 울엄니는
당신의 몸을 외국인에게 어찌 맡기시냐고 하십니다.

며눌이에게 맡기는 것도 싫으셔서 당신 혼자 버틸 수 있을 때까
지 버티시는 깔끔하신 분이십니다.시설에 가기 싫으시다는 표현
일 것입니다.

전화를 끝내고 곰곰히 창 밖을 바라봅니다. 과연 어머님을 시설
에 맡기고/나의 미래를 위해서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갖는 것이!
더 급한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인가.../

남편도 한 마디 거듭니다.
앗!제가 힘들면 양로원에서 보내시게 하는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제가 그것을 모르는 사람입니까! 양로원에서 일일봉사했던 이가
말해줍니다. '혈육이 아니심에도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라고
전해줍니다. 하물며 '내 어머님을 어찌 맡기고 그 아픈 가슴을
달래려느냐'!고 말합니다...

앗![나]는 말합니다. 정신이 있으실때까지는 [안나]의 몫이라구,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입니다. 정신을 잃으셔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실 그 때는...그 때는 보내드리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만약에 정신을 놓치셔서 앗! 우리를 알아볼
수 없다고 시설에 보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정신이 있으실때
까지만이라고 말하지만 그때는 다른 말이 떠오를 것입니다.ㅠ.ㅠ

아! 벗 님도 안나가 지혜롭지 못한 판단이라고 하시는군요..../
네! 벗 님도 처음엔 그랬는데...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씀하고 계시는군요~/맞습니다. 그 말씀이 옳은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라고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시는 예수님은...

치매로 고통스러워하는 할머니의 상처를 알고 계시고
자캐오의 허전하고 텅 빈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
사랑을 갈망하는 내 외로움을 알고 계신다.


자캐오처럼 삶의 외로움에 부르르 떨며 나무 위에 올라가 주님을
애타게 찾고 있을 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그래서 주님은 그 때부터 내 집에 머무르시며 내 삶을 온통 믿음
으로 살게하셨습니다.성호를 그으며 주모경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분입니다.

그런데...이제 병든 모습으로 찾아오셔서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안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어떻게...!!!
미사를 드리며 성체를 모시고 제 정신을 가다듬어봅니다. 남편은
왜 미사를 매일매일 드리러 가느냐고 합니다./말씀을 찾아봅니다.

[마태오 25, 44-46]
이 말을 듣고 그들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님, 주님께서 언제 굶주리고 목마르셨으며,
언제 나그네 되시고 헐벗으셨으며,
또 언제 병드시고 감옥에 갇히셨기에
저희가 모른 체하고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면 임금은 '똑똑히 들어라.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하고 말할 것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쫒겨 날 것이며,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 갈 것이다."

힘이 솟습니다. 주님은 내게 어떻게 살아야된다고 확실하게 일러
주시고 계십니다. 안나아지매는 착해서가 아닙니다.신앙인이기에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나도너도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참 외롭다.
오늘 내가 함께 머물러야 하는 외로운 자캐오는 누구인가?


저는 울엄니 '마리아 고레띠' 자캐오와 함께 머무르겠습니다.
저는 비우도 약하고 승질도 강합니다. 나를 이겨내기 위해서 갑니다.
미사만큼 내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그 누가 말려도.../
내 몫이라고 생각하고 해내겠습니다.내 좋은 몫이라고 생각하렵니다.

내 남은 삶에...
한국의 한 외로운 여인 한 분을 위해서!
타국 만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살았다고해도...
주님은 나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나를 지켜주실 것이며,
우리 어머님도 더불어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야곱의 우물』묵상나누기는 믿음으로 나 자신을 이겨낸....
신앙여정을 계속 써내려갈 것입니다...앗!'나'를 위해서 말입니다.
앗!'우리'를 위해서라도 병드신 주님과 함께 자알 살아가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성가 41장을 흥얼거리겠습니다...

진실히 네게 이르노니
미소한 형제중에 하나에게 베푼 것 모두가
내게 한 것 이니라...내게 한 것 이니라./

미소한 형제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 남편의 어머니요, 한국의 자랑스러운 여인이십니다.

나의 자캐오, 나의 어머니!...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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