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왕이신 분(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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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22 ㅣ No.3772

그리스도 왕 대축일 (2004-11-21)

독서 : 2사무 5,1-3 독서 : 골로 1,12-20 복음 : 루가 23,35-43

*  왕이신 분 *

그때에 지도자들은 예수를 보고 “이 사람이 남들을 살렸으니 정말 하느님께서 택하신 그리스도라면 어디 자기도 살려 보라지!” 하며 조롱하였다. 군인들도 또한 예수를 희롱하면서 가까이 가서 신포도주를 권하고 “네가 유다인의 왕이라면 자신이나 살려 보아라” 하며 빈정거렸다.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 사람은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이 적혀 있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 중 하나도 예수를 모욕하면서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다른 죄수는 “너도 저분과 같은 사형선고를 받은 주제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하고 꾸짖고는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루가 23,35-­43)

간혹 ‘왜 나쁜 사람이 더 잘 되는 거지?’, ‘왜 벌을 주지 않는 거냐고?’,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고통을 주실 수 있지?’, ‘그다지 좋은 사람도 아니고 성격이 좋지도 않은데 왜 저렇게 승진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런 식의 질문은 누가 더 나은지, 못한지 알고 싶어하는 질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요한과 야고보가 예수님을 거부하는 마을을 두고 ‘불살라 버릴까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주님은 이렇듯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게 생각하거나 그들을 반대하면서 인간성의 자질구레한 부분까지 정의하라고 하지 않으신다. 우리는 다른 이들에 대해 마음쓰느라고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사람들이나 멀리 있는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느라 하루가 바쁘다. 마음의 변화가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진실을 잊는 것이다.
십자가의 죽음은 끊임없이 새롭게 다가오는 유혹이다. 신앙에 대한 도전이다. 십자가에 달린 사람이 자기를 살리지 못한다면 구속자, 메시아일 수 있을까? 입술을 비쭉거리며 예수님을 멸시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 의롭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만일 예수가 구세주요 메시아, 고난받는 종,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예수님은 이것을 입증하셔야 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로 이런 유혹으로 사명을 시작하셨다는 것을 기억한다. 고향 나자렛에서도 그랬다. “너희는 필경 ‘의사여, 네 병이나 고쳐라’는 속담을 들어 나더러 가파르나움에서 했다는 일을 네 고장인 여기에서도 해보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루가 4,23) 그런 예수님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무기력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들어야만 한다.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복음이 말하듯이 ‘왕’이신 주님을 따르겠다고 고백하는 날이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여러 삶의 체험으로 풍부한 경험을 갖는다. 그러고는 자기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것은 가능하고 저것은 불가능하고, 또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런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제외시킨다. 네가 나은지 내가 나은지 혹은 내 편 네 편을 따지고 구분하느라 주님을 모시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하느님께 돌리고,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살아 계신 주님께서 당신을 깨닫도록 구체적인 사건 속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싶다.
오늘은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이며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기 전 주일이다. 진정한 우리의 왕이시며 마지막 날에 당신의 왕권을 드러내실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왕권에 나 자신을 맡기며 기도한다. 그리고 나만의 왕국에서 벗어나 주님을 나의 임금으로 모시고 싶다.

최기도 수사

-그대 내 가슴에 살다가 -

그대가 내 마음에
사랑의 배를 띄우던 날
언제나 내 곁에
그대가 머물러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알듯 모를듯 살아가는 삶에
죽을 때까지 간직하여도 좋을
그리움이 있다면
삶은 힘들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조용하기만 하던 삶이
기다림으로 설레고
때로는
거친 파도로 밀려와
심장이 뜨겁도록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뜨거운 입맞춤과
부드러운 손길로
달콤한 사랑을
주고받았다면
그날들로 인하여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대 내 가슴에 살다가
둥지에서 푸드득
날아가 버린
새처럼 떠나 갔지만
내 생각 속에서
그대는 언제나
그리움으로
머물고 있습니다.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왕의 여인 +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복음이 말하듯이
'왕'이신 주님을 따르겠다고 고백하는 날이다.


그리스도는 나의 왕이라고 오늘만이라도 힘차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왕으로 고백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왕의 여인'처럼.../전적으로 그분에게 내 삶을 맡기고 살아가는지,
주님만이 나의 전부라고 고백하고 있는지...

[시편 5,2]
나의 왕, 나의 하느님이여!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모르는체 마소서. 당신께 기도드립니다.

내 삶에 풍랑이 밀쳐올 때는 나의 왕이 되십니다. 모든 것을 맡겨
버립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기도가 저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요란하던 풍랑이 지나가기만 해보십시오. 이제는 왕이 아니십니다.

나의 왕, 나의 하느님이여! 언제 앗!나가 살려달라 애원했던가!
이제는 왕이 아니라, 그저 함께 살아가는 친구 정도일뿐입니다.
하하, 건망증이 심한 저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연약한
제 모습이지요. 안나가 늘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사야 33,22]
우리를 재판하는 이는 야훼, 우리의 법을 세우는 이도 야훼,
우리를 다스리는 왕도 야훼, 그분만이 우리를 구원하신다.

왕으로 모신다는 것은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왕께서 재판하
실 것이니 억울함도 맡기는 것이요, 왕께서 세우신 법에 따라서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살아가는야 됩니다.왕께서 나를 다스리시니
삶의 모든 여정이 그 분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나를 구원하신
나의 왕이십니다.

나는 과연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지 몇번을 되
뇌여보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 말씀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제게는 남과 비교하는 것이 없어졌습니다.*^^*
부러워하는 것도 없어지고, 그것은 그에게 중요한 것이고,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는 그분에게 맡기는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그 분이 내 삶 안에 깊숙히 개입하고 계심이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분하고 억울한 일도 그 분께 맡기면 앗!나보다 더 잘 알아서 처리
해 주십니다. 내 안에는 오직 사랑으로만 살아도 짧은 세상입니다.
사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의 왕이 되셨음을 알았습니다.

사실 저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언제나 부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나의 왕이시기 때문에 이렇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시편 23,1]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지쳤던 이 몸에 생기가 넘친다.

그 이름 목자이시니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

원수들 보라는 듯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부어 내 머리에 발라 주시니,
내 잔이 넘치옵니다.

한평생 은총과 복에 겨워 사는 이 몸,
영원히 주님 집에 거하리이다. [아멘]

주님께서 나의 왕이셨기에 나의 삶으로 체험한 말씀이 되었습니다.
나를 보고 웃던 이들이,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들이 이제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바보처럼 사는 것이 사실 바보가 아니었다는 것
을 안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나의 왕이셨기 때문입니다...

'왜 나쁜 사람이 더 잘 되는 거지?', '왜 벌을 주지 않는 거냐고?'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고통을 주실 수 있지?',
'그다지 좋은 사람도 아니고 성격이 좋지도 않은데 왜 저렇게 승진
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저는 이런 의문이 들지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그것은 그들의 몫이라
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런 방법으로/앗! 나에게는
왕이신 그분의 방법으로 삶을 인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보입니다.그래서 쉰 고개를 바라보니 어느 모양
새도 다 이해가 갑니다. 나의 왕이신 그분의 뜻에 따라만 살기에도 내
남은 날은 그리 많지 않다고 느껴지니 누구를 탓 할 시간이 없습니다.

묵상글로 돌아가서 최 수사님의 마지막 글귀를 붙잡아봅니다.*^^*

진정한 우리의 왕이시며
마지막 날에 당신의 왕권을 드러내실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왕권에 나 자신을 맡기며 기도한다.

그리고 나만의 왕국에서 벗어나
주님을 나의 임금으로 모시고 싶다.


이 구절을 가슴판에 새기며 진정으로 그분을 나의 왕이시여!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내 스스로 갇혀
나의 왕국에서 나 혼자 사는 것보다 임금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남은 생을 살다가 어느날인가 그 분의 부름에 나의 임금이시여!
나의 왕이신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나를 받아주시옵소서....!
나의 왕이신 그분의 가슴에 조용히 나의 얼굴을 묻고 싶습니다.

'왕의 여인'으로 살고 싶은...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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