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나쁘지 않았다, 또 보자"/여상훈 베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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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았다. 또 보자/여상훈 베드로 | 명상의 시간들
2006.06.03
16년 전 5월의 어느날이였습니다. 외국에 살던 제가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서 산소를 마시며 중환자실에 눕는 신세가 되였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우연히 옆침상에 누워있는 한 노인을 알게되였고 그 노인은 전쟁 때 러시아에서 포로가 되어 12년을 수용소에서 살다가 귀국한 노인이였습니다. 시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자식 없이 상처하고, 홀로히 7년째 병원을 전전하며 수용소에서 얻었든 모진 휴유증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애처러운 분이였습니다
문병 올 사람 없는 처지가 같아보니 우리는 금방 마음을 열고 친한 친구가 되였습니다. 어느날 그 노인이 나에게 질문이 있다고 하면서, 만일 '무인도에 가는데 꼭 한 가지 물건만 휴대할 수 있다면 무얼 갇고 가겠냐고 물었습니다", "모차르트 레퀴엠 으로 할가요" 저 만큼이나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럼 기계도 가져가야지"하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럼 요, 휴대용으로 살짝 숨겨서!" 저는 진심이었읍니다.
한 달쯤 지난 어느날 새벽, 노인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읍니다. 낮은 목소리로 노인은 "자네의 기도가 필요해" 하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곧 바로 비상벨을 눌르면서 노인의 손을 잡았지만,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읍니다. 그러다 겨우 함께 들으며 흥얼거리던 성모님의 노래(마니피캇,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이신 하느님 안에서 기뻐뛰니 그 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소서...)을 외우기 시작하였읍니다. 노인도 몇 마디씩 들릴듯 말듯 낫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읍니다.
곧 의사가 달여왔고, 저와 간호사는 노인의 손을 잡고 운명하는 노인을 지켜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 때 노인이 마지막으로 운명하기전에 남긴 한 마디가, " 나쁘지 않았어, 또 보세"였읍니다 그 날 새벽, 삶과 죽음, 생명과 생명 넘어로 가르는 경계는 흐릿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숨이 멎고 체온이 식어도 생명은 사라지지 않는 듯 하였읍니다. 평생 불운과 병마에 시달여온 노인이였지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지상의 삶을 감사히 살고, 그 흐릿하기 짝이 없는 경계를 살짝 넘어 하느님의 품으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몇날 몇일을 아무 생각 없이 공허한 삶의 허망함을 되세기며 고뇌의 긴 날들을 보내게 되였읍니다.
죽음이 생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몸소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읍니다. 머리로만 알던 진리가 가슴으로 알 듯 하였읍니다. 그 후 저는 응급실에 누워 곁에서 운명하는 사람을 뽈 때 마다, 병실 밖의 세상을 바라보며 , 이 세상은 사람들에게 잠시 맡겨진 주님의 선물임을 배웁니다. 나의 심장 박동에 끊임없이 섞여드는 "메멘트 모리"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의 경고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세상사는 것도 너무 아등바등 이 아니라 "감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괜히 왔다가 간다("중광 스님)" "내 그를줄 알았지, 우물쭈물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을"(버나드 쇼우) "나쁘지 않았다, 또 보자"라는 그 분의 인사는 내 영혼의 안식을 그리워 하는 중요한 사건이 되였읍니다. 새로운 생명들이 약동하는 5월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Laudate Domium(주님을 찬양하라) / 모짜르트 W.A. Mozart Vesperae Solennes de Confessore KV 339 (구도자를위한 저녁기도) Laudate Dominum (주님을 찬미하라) Kiri Te Kanawa, soprano Sir Colin Davis,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1985년 녹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