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어느 공소일기 (체험나누기)

인쇄

김두영 [dykim77] 쪽지 캡슐

2000-06-05 ㅣ No.1229

오늘, 형제님들은 사뭇 긴장되어 있고 자매님과 아이들은 고운 한복으로 차려입고 신부님께서 도착하셨다는 소식만 기다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반주도 없이 성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창문은 불빛하나 세어 나가지 않게 가려져 있으며 공소 입구에는 2~3명의 청년 형제들이 배치되어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공소예절 시간은 이미 반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생각이 내 머리속을 떠나질 않는다.

 

드디어 신부님께서 도착하셨다는 전갈이 왔다 예정 시간보다 늦은 이유는 신부님을 모시러간 장소가 3번이나 변경되었기 때문이란다, 신부님은 신부님을 보호하는 머리가 짧은 건장한 외국인과 함께 도착하셨으며 즉시 미사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는 다시한번 위험이 닥칠 시에 신부님을 보호하는 요령을 점검한다.

 

이번 신부님은 아일랜드 신부님이시다 신부님 께서는 영어로 하시면 우리는 한국말로 화답한다 예를들어 "Lord with you" 하시면 우리는 한국말로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응답한다 그날의 복음 봉독은 신부님으로 부터 두손을 머리에 얹어 강복받은 형제가 대신한다, 강론은 신부님께서 영어로 하시면 한 구절씩 우리나라 말로 옆에서 즉시 번역한다, 즉 동시 통역인 샘이다.

 

미사는 한국말을 모르시는 신부님이나 영어를 모르는 우리 교우들이나 미사시간 내내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신부님이나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나 가톨릭은 미사 예절이나 순서가 같기 때문이다, 프랑스 신부님, 미국 신부님, 아일랜드 신부님, 중동 신부님 모두 같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성가는 되도록이면 조용히 그러나 아름답게 부른다, 이마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공소예절 시에는 성가를 못 부르고 가사를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주로 가정집에서 예절을 드리므로 밖에 들릴 위험성 때문이다, 고백 성사는 공동 고백 성사를 주신다 몇년 전부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동고백 성사를 인정치 않으므로 "꼭 빠른 시일 내에 정식 고백성사를 보라"고 신부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래서 모두 영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하신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께서 제의를 벗으심과 동시에 제단도 빠른 솜씨로 정돈된다, 그러면 이제부터 모두들 환한 웃음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함께 자매님들이 준비한 간단한 음료수 파티가 시작된다, 새로운 교우가 소개되는 시간도 이 시간이고 그 동안의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도 이 시간이다 제의를 벗으신 신부님과도 기념 사진을 찍는다 (미사 중에는 안전을위하여 사진 촬영을 않하기로 하였다)

 

그곳은 일년에 3~4번 정도 외국 신부님이 오실 때에만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으며 그 외에는 공소예절을 몇 구역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유는 고정적으로 한 장소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즉시 감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종교 집회가 발각되면 그 즉시 모두 구속되어 강제 출국된다, 마치 우리 나라의 간첩보다 더 엄하게 다룬다. 그렇기에 우리 나라의 신부님은 너무 위험하여 천주교 해외교포 사목부(cck)에서는 그곳에 정식으로 신부님을 보내줄 수 없다고 한다.

 

몇 구역으로 나누어 공소 예절을 드리면서도 그 구역마다 장소가 매주 틀리며 공소예절 장소도 3~4일 전에야 구두로 그 구역원들에게 전달된다,그러기에 얼마 안되는 교우들 끼리도 얼굴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곳의 우리 교우들은 정말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주님에 대한 신앙심을 키우고 있다, 나는 10여년 이상 그곳서 생활하다가 지난해에 귀국했으며 지금도 계속 그곳 소식을 듣고 있는데 요즈음은 신앙생활 하기가 더욱 힘들다는 소식이다

 

국가 명칭이나 도시명, 공소명칭, 신자수 등을 공개된 이곳 자유계시판에 알리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워 대략 이쯤에서 줄이려 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우리 형제 자매님들은 그곳서 주님을 의지하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결 같이 주님을 따르는 우리 교우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여러 교우 들에게 기도 부탁 드린다.

 

금번 우수상으로 주신 CD 3장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이 CD는 인편이 있으면 그곳 공소로 보낼 예정 입니다.

 

변변치못한 글, 읽어 주셔서 영광 입니다.

 

  

 

  



6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