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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가정에 대하여 묵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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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chj] 쪽지 캡슐

2005-12-30 ㅣ No.4651

                      

                                   성가정 축일을 맞아 우리의 가정에  대해서도 묵상해 봅시다.

                                              내용이 너무 좋아 퍼온 글 입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을 특별히 기억하고 본받고자 제정된 날이지요. 지금 우리는 가정 생활을 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남녀가 결혼을 해서 일생을 함께 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시겠지만 특히 우리 시대는 그 어려움이 유난스럽게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이혼 사유 중에 두드러진 특징은 성격 차이와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2002년 통계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10년 전에 비해서 10배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란 못 먹고 못 입어서라기 보다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누리며 살지 못한다는 이유가 아마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이혼 사유이고 가정에 대해서 깊이 생각지 않는다는 이야기며, 책임 의식 또한 그만큼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됩니다.


   오늘은 이 위기의 시대에서 우리의 가정을 어떻게 지키며, 어떻게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으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을 함께 생각하고 싶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시대에만 가정 생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어려움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전쟁터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며,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한다.󰡓는 옛날 러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결혼을 해서 일생을 산다는 것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나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 못지 않게 어렵다는 것이지요. 가정 생활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가정을 깨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일학교 3학년 교리반에서 선생님이 혼인성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설명하고 어린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결혼제도를 누가 만드셨나요?󰡓

    󰡒하느님께서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이 결혼을 어디에서 제정하셨을까요?󰡓

    󰡒에덴동산에서요.󰡓

    󰡒네, 맞습니다.󰡓

    󰡒그럼 이제 좀 어려울 텐데 하느님께서는 어떤 말씀으로 이 결혼을 제정하셨을까요?󰡓

침묵이 흐른 뒤 말썽꾸러기 요셉이 손을 치켜들며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네, 선생님. ‘너와 여자 사이에 원수를 맺어 주노라!’는 말씀으로요!󰡓

결혼 후 남녀의 관계가 자칫 이런 사이가 될 수도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결혼할 때 누구나 좋은 가정을 꾸미고 싶어합니다. 모두가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기는 것이지요. 사랑으로 만나서 좋은 지향으로 출발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심지어는 원수만도 못한 관계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쳐다보기도 싫고, 기억하기도 싫은 관계가 되는 경우이지요. 서로에게 상처만을 주는 가정이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많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만 살고 이혼해라.󰡓

이것은 부모로서 해줄 이야기가 아니지요. 우리 교회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혼을 부추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안 되는 일입니다. 모두 고백성사 감입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세상의 놀라운 이혼율, 자유로운 결혼 제도가 아니라 감히 사람이 풀 수 없는 하느님의 성사(聖事)로 맺어진 거룩한 가정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에게 모범으로 제시해 준 가정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입니다.


   그런데 성가정을 떠올리면 따를 엄두가 쉽게 나지 않습니다. 요셉도 마리아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성가정을 본받을 수 있겠습니까? 또 자녀는 모두 예수님 같아야 하는데 과연 그런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지요. 성가정은 모두 성인 성녀 이상의 구성원으로 급수가 최소 성인 급수인데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가정보다도 어려움이 많았던 가정이 성가정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가장인 요셉의 직업은 목수였습니다. 막노동꾼에 일자 무식이었지요. 아내의 해산날이 다가 왔는데도 이 위인은 변변한 방 하나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 또한 기구한 일생을 사셨던 분입니다. 그 시대에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했지요. 돌에 맞아 죽을 위험에 처했고, 약혼자가 부정한 여인으로 오해하여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뿐 아니라 아이를 동물들이나 머무는 마구간에서 낳아야 했습니다. 남편도 먼저 떠나가고 홀어미로 자식 하나를 키웠는데 그 자식 또한 장성하고도 장가를 못 가고 허구 헌 날 돌아다니며 사람들한테 욕이나 먹고 결국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요. 사형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사형수의 어머니가 되어 아들의 죽음의 길을 함께 걸어가 처절하게 죽어 가는 아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여인이 성모 마리아였습니다. 말 그대로 한 많은 여인이었지요.

   아들 예수는 또 어떻습니까?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가고 이렇다할 직업도 없었습니다. 몸 바쳐 사랑했던 12명의 제자들에게 모조리 배신을 당하고 죽음의 길로 내몰려 갔던 사람이 예수님이었지요. 이렇게 세상의 문제란 문제는 모조리 다 안고 살았던 가정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정이 어떻게 성가정이 되었을까요? 그 많은 시련을 어떻게 복된 가정을 만드는 계기로 삼았는지, 이것이 우리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분들은 삶의 모든 어려움을 하느님 안에서 해결했습니다. 처녀 마리아가 잉태 소식을 전해 듣고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 질문했고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1,35) 라는 천사의 답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하고 그대로 받아들였지요.

   요셉 역시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가 주님의 천사가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라고 알려주자 바로 받아들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아기를 죽이려 한다는 천사의 얘기를 듣고 즉시 그 날 밤으로 이집트를 떠났고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거라.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죽었다.󰡓(마태2,20)는 천사의 말을 듣고 다시 돌아옵니다. 삶의 모든 어려움을 하느님의 뜻 안에서 해결해나갔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어려움들을, 심지어 죽음까지도 하느님 안에서 풀어 가셨습니다.


   신자인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오히려 하느님을 떠나 엉뚱한 곳에서 답을 얻으려 합니다. 신자나 비신자나 별 차이가 없지요. 우리는 영세 받을 때 하느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겠다고 분명히 고백했고, 집집마다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십자가를 모셔 놓았습니다. 우리 가정의 가장이 예수님이시라는 무언의 고백이지요. 또 성모 마리아를 본받겠다고 방마다 크고 작은 성모님을 모셔 놓았습니다. 그런데 싸울 때 성모 마리아가 보입니까? 십자가를 보십니까? 모셔 놓은 것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지요. 십자가의 성상에는 거미줄이 붙고 먼지가 쌓여갈 뿐입니다. 그렇게 살면 여느 세상 사람들과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풀어야 됩니다. 우리 삶의 중심이 하느님이 되셔야 합니다. 성가정이 하느님을 모시고 세상의 어려움을 풀고 그 모든 어려움을 승화시켜서 성가정의 바탕을 마련했듯이 우리 또한 그래야 합니다. 하느님 중심으로 살아야 가능하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하느님 중심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어떻게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자녀 교육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십시오. 시험 때 자녀를 주일 미사와 독서실 중 어디로 보내십니까? 시험 때가 되면 많은 학생들이 주일 미사를 빠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뒤에는 부모들의 방조가 있지요. 이것은 하느님 중심의 삶이 아닙니다.

   학원과 성당 중에는 어디를 선택하십니까? 또 어른을 찾아뵙는 일과 공부를 하는 것 중에 선택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요? 많은 부모들이 공부에 중심을 둡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성당에 가기 싫으면 시험 때도 아닌데 “공부해야 돼요.”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모든 이유를 공부에 갖다 붙이지요. 중요한 것은 공부이고 나머지는 그 다음입니다. 성당에 가자고 하면 “공부해야 하는데”, 어른을 찾아뵙자고 해도 “공부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지요.

   그러면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모두 공부가 성공적이고 바라는 목표를 이룹니까? 아니지요. 냉담자가 되고 자기 중심적인 허약한 인간이 되어 부모 알기를 우습게 알고 어른에 냉담한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들은 쓸쓸한 노후를 지내게 되지요. 잘못된 교육 때문입니다. 더 크면 말을 안 듣습니다. 어릴 때부터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시험 때라도 공부보다 하느님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어른을 찾아뵙는 일이 자기 일보다도 우선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과거 혼란의 시대에는 공부만 한 사람이 어쩌다 성공할 수도 있었지만 안정된 사회일수록 최고의 인재,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준비 안되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우리의 자녀들을 제대로 된 지향으로 바르게 키워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가정이 탄탄해집니다. 부모가 본을 보여야 합니다. 지금 나타나는 교육의 문제점들은 사실 빙산의 일각일지 모릅니다.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자란 사람들도 이러할진대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떤 문제점을 드러낼지 두려울 정도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고위 장성인 아버지를 둔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이라 아들은 거만해져서 학교 선생님까지도 우습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굴었지요. 아버지는 이러다 자식 버리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선생님 댁을 찾아갔습니다. 아버지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고개를 숙이고 몸둘 바를 모르더니 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백배사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자식을 맡기고서도 이제야 찾아뵙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습니다. 부모가 본을 보여야 교육이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관심과 부모의 지향이 그대로 자식에게 결과로 드러납니다. 공부보다 하느님 중심이어야 합니다. 공부보다는 어른을 섬길 줄 알고 사람을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른 교육이 있어야 가정이 바로 서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가정의 위기는 출세지향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교육에서 비롯됩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고 한 자리라도 더 높게 올라가려는 욕심이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잘못 되었지요. 하느님 중심으로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면 그 다음은 차츰 변화되고 자리잡아 갈 것입니다. 모든 가정이 하느님이 바라시는 대로 평화로우며, 사회 또한 탄탄하게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을 지내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가정의 모범으로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 가정의 중심은 하느님이었습니다. 우리 삶의 중심 또한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오늘 집에 가시면 집 안에 있는 십자가의 먼지를 다 털어 내고 성모상도 잘 닦아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가정의 가장은 예수님이시고, 우리 가정의 어머니는 성모님이십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을 가정의 중심으로 모시고 살아갈 때 우리는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도 안전하고 더욱 성숙한 가정의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가정이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가정이고 그 곳이 바로 작은 천국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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