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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그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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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한 [ejadore] 쪽지 캡슐

2000-12-27 ㅣ No.2303

 

옛날 모든 별에도 이름이 있었고 모든 풀과 꽃에도 웃음이 있었으며 모든 동물들에게도 이상과 꿈이 있었던 아주 먼 옛날에 한마을에 살던 두 마리 흰 새가 있었습니다.

한 마리 흰 새는 언제나 당당했고 확신에 차 있었으며 큰 소리로 웃을 줄 알고 친절한 그래서인지 친구도 많은 새였습니다. 그는 한가지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 한 마리 흰 새는 말이 없고 소심하며 조용히 미소짓는, 그래서인지 늘 혼자인 작은 새였습니다. 그는 맑은 눈으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그것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 두 마리 흰 새는 이제 나이가 들어 서로 각자의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동쪽과 서쪽 양 갈래의 기로 향했습니다.

먼저의 흰 새는 동쪽 끝을 향해 떠났습니다. 매우 오랫동안,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날아갔습니다. 거친 가시밭과 뜨거운 사막의 모래를 거쳐서 지치고 목말랐지만, 온몸이 상처투성이, 먼지투성이였지만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푸르른 들판 한 가운데 우뚝 서있는 굵고 튼튼한 나무에.... 그가 꿈꾸던 곳에 닿았습니다. 흰 새는 그곳에 둥지를 틀고 편안히 오랫동안 쉬었습니다. 그리곤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들판의 풀들이 하늘의 바람이 그 소리에 눈물 질만큼 아름다운 노래를.... 그 노래가 메아리를 타고 곳곳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서쪽으로 길을 떠난 또 한 마리의 흰 새도 힘겨운 여행을 했습니다. 거대한 바다에서 길을 잃고 매서운 바람 속에서 시달렸습니다. 끝도 보이지 않는 힘든 여행 끝에 지쳐서 휘청 이는 그의 몸은 마침내 서쪽 끝 그가 바라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그가 쉴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거친 암벽과 거센 폭포가 단숨에 눌러 버릴 듯 그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눈에 띄는 나무는 많았지만 뿌리가 너무 얕고 가지는 너무나 여려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곳에도 내리지 못한 채 하늘만 빙빙 돌다가 날개 짓에 힘이 없고... 눈이 흐려지고... 서쪽을 향해 떠났던 한 마리 흰 새는 외마디 작아지는 비명과 같이 그 자신만큼이나 하얀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먼 훗날 별들의 이름이 하나씩 잊혀지고 모든 풀과 꽃의 웃음이 보이지 않게 되고 모든 동물들에게 이상과 꿈이 사라진 먼 훗날에 이 세상에 살게 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도 이 이야기는 전해 졌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동쪽으로 날아간 흰 새의 아름드리 노래를 듣고 웃음 짓고, 사랑했으며, 희망을 꿈꾸었습니다. 그 흰 새는 사람들의 커져 가는 웃음과 희망으로 웃음과 희망으로 하늘 높이 날아 하늘과 같은 파랑새가 되었습니다.

서쪽으로 날아간 또 한 마리의 흰 새는 그 처절한 비명소리 때문인지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서 한번 한껏 날아 보지도 못하고 그 그림자만큼이나 까맣게 변해 버렸습니다.

너무나도 달랐던 이 두 마리의 새들이 처음에는 똑같이 새하얀, 새하얀 새였다는 것을 알고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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