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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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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숙 [edens] 쪽지 캡슐

2003-10-10 ㅣ No.376

어느가을날에

 

 

오늘도 나는 B형에게 편지를 씁니다.

 

가을이 너무 깊어져서 어느덧 가슴까지

 

온통 스산함뿐입니다.

 

낙엽 뒹구는 소리는 또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

 

한폭의 수채화처럼 곱게 물든 단풍속에

 

나를 묻고 싶습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들이고 싶습니다.

 

뭐든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맑고 푸르른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습니다.

 

맘껏 웃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친애하는 B형.

 

당신의 가을하늘은 어떤가요

 

높고 푸르른가요?  어쩜 눈이 너무 부셔서

 

바라볼수도 없겠지요.

 

머-언 그 가을날 그림처럼 떠돌던 잠자리도

 

이젠 볼수 없습니다.

 

코스모스의 꽃망울은 언제나 터뜨려 볼수 있을지 -

 

그립습니다.  내 지난 그 가을날이 -

 

나는 문득 그 날로 가고 싶습니다.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갈수없는 길을 너무나 멀리 와버렸습니다.

 

다시 갈수만 있다면...

 

내 생이 다시 또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3년 10월 어느날

 

-노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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