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심
꿈도 열정도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
하지만 난 주로 그런 것들을 마음속 깊이
감추고 살았다. 곁에서 보면 꽤나 조용해
보이는 아이였다. 그런 나 였기에 맘속에
좋아 하는 친구는 있었지만 실제로 사귀는
친구는 몇 되지 않았다. 표현을 잘 못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늘상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있었기에 새로 친구를
사귈려고 별로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 친구와 난 서로 반은 달랐지만
쉬는시간, 점심시간이면 각자의 교실로
찾아가 만났고, 하교 길은 항상 함께 했다.
난 학교에선 하루 종일 조용히 지내다가
하교 길에 그 친구를 만나자마자 이 애기
저 애기를 풀어 놓기에 바빴다.
그날 난 작문 시간에 작문 공책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서 그 친구의 교실에
가서 공책을 빌려왔다. 무사히 수업은
했는데, 별 생각 없이 펼쳐 본 공책의
한 페이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앙케이트 비슷한 난이 있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는? 이란 질문이 있었다.
순간 두 눈에 번쩍 뜨여 읽어 보니
다른 친구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였다.
그 순간 난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
집에 돌아 와서 울음을 터뜨리니
엄마는 "네가 그 친구를 좋아 하는
그 마음이 행복한거야. 그 친구도
물론 널 최고로 여기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할 수 없지. 주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감사한 거야."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달리 나의 행동은 반대였다.
하교 길에 그 친구한테 다른 변명을
대며 혼자 오거나 딴 친구랑 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씩
내 마음 속에서 정리를 해 나갔던
것이다.
물론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지만 더
즐거운 듯 친구 앞에서 웃고 다녔다.
그 후 우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입시를 치르고 대학을 갔다.
친구는 재수라는 아픔을 겪은
후에 대학에 갔는데 그런 와중에도
난 별도로 위로를 해 주지 못했다.
그리고서 십년이 흘렀다. 직장은
어딜 다니는지,
결혼은 했는지, 가끔씩 궁금해 진다.
무심히 헤어지게 된 우리...'
그 친구는 이유도 모르고 날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나마
관심도 없을까? 내 생에 단 한 번
유턴이 주어진다면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바로 그 공책을 빌린 시점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 그대로 돌아
간다면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
"난 네가 정말 좋았노라고..
평생 마음을 터놓고 싶은 친구로 널
생각했노라고,,널 멀리 한 건 나의
진심이 아니였다고."
그리고 그때 엄마가 해 주신
조언대로 친구를 좋아 하는걸로
만족하고 좀더 잘 지내고 싶다.
이유도 모른 채 멀어져간
나의 친구, 지금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보고 싶다~~ 친구야!
♣ 이 글은 카톨릭다이제스트
2003년 2월호에 실린 우리
본당 신자인 최 은 정
자매님이 올리신 글을 음악과
함께 올려 봅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새롭네요.,,,
2월의 테마란에 유턴(U-Turn)
이란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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