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실개천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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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7-12 ㅣ No.5097

 

실개천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작은 깨달음이 모여 큰 깨달음이 된다.

 

깨달음은 산속으로 들어가 힘들게 이루는 게 아니다. 지금 당신의 일터에서도 깨달음은 얻을 수 있다.

"나는 차를 마시고 있다. 나는 내가 차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붓다의 경전을 공부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깨달음은 거대한 무언가가 절대 아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작은 깨달은 속에 살고 있다. 차를 마실 때 걱정이나 두려움에 빠져 있다면 그것은 깨달음에 반하는 행동이다. 차를 마실 때는 온 마음을 다해 차를 마시며 차에게 내 전부를 줘야 한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일상생활을 떠난 깨달음은 별 의미가 없다. 산속에서 홀로 하는 수행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수행을 중히 여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깨달음은 수행이라는 튼실한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다.

깨달음은 단순하다.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문득 보이거나,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갑자기 이해되면서 "아! 드랬었구나!"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이 바로 깨달음의 순간이다.

이러한 깨달음 가운데 최고는 ’무위의 깨달음’ 또는 ’무상정등각’이다.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라고 하는 이 완전한 깨달음은 중생을 진정한 붓다로 만드는 최상의 개달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깨달음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깨닫는 작은 깨달음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목숨처럼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는 결혼한 후 게으른 삶을 살면서 그녀를 무시하고 더 이상 그녀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누가 그런 그를 보고 깨달은 자라고 말하겠는가? 하지만 그가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게 마련이지, 그녀도 언젠가는 죽을 거야.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지! 너무 늦기 전에" 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깨달음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께달음은 보살이나 붓다만의 것이 아니다. 깨달음은 모두의 몫이다. 자기 자신과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깨달음을 얻고 닦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관하는 관세음보살은 깨달은 존재로 세상의 고통을 덜어주는 분이다. 법화경에 보면 관세음보살은 비구나 비구니의 모습으로 현현하기도 하고, 어린 소년이나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깨달은 사람이라면 모두 보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당신이 깊은 자비와 통찰, 깨달음의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보살이다. 보살에게는 많은 기쁨과 행복, 자유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살아있는 다른 존재와 나눈다. 지금 이곳에서 행복의기술을 실천하는 것이다.

보살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라. 내면의 고통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실체를 알아야 한다. 고통의 실체를 인지한 다음엔 자비심과 사랑, 이해를 동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수행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머무는 것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깨어있는 마음이란 그곳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힘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랑하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온전히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깨달음을 위해 필요한 다른 수행은 ’어려움 나누기’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 어떠한 고통에 처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깨어있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있어도 미처 모르는 것이다. 깨어있는 마음은 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준다. 가족 중 누군가가 고통을 겪고 있다면 다가가 말하라. "내가 여기 이렇게 있잖아. 우리 함께 고통을 껴안고 변화시켜 보자." 고통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깨달음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직장 동료도 가족과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다가가 "내가 여기 이렇게 있으니 우리 함께 고통을 껴안고 변화시켜 봅시다.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이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들 역시 변화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이며, 깨달은 자의 수행방법이다. 도무지 물리지 않았던 문제의 해답도 보살의 마음을 지니면 훤히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오로지 깨어있는 마음으로 호흡하고 걸음으로써 자신에게로 돌아가 진정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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