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코스모스를 닮고싶은 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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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꽃이옵니다
詩.조정권
비가 살살 뿌리는 오후가 어쩐지 조금은 겸손하고 소박하게 지내야 할듯한
분위기입니다.
뭐... 막걸리에 파전 같은 것으로 운치를 더해보겠다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전 갑자기 코스모스가 좋아졌습니다.
꽃가게에서도 살 수 없는 그 가녀린 꽃에 대한 시를 한편 아는 이에게 보냈더니
제가 코스모스를 닮았다고 말해주었거든요.
위의 시는 아니었는데 어찌나 황송하던지...
누가 그렇게 말도 안되는(?! ^^;) 말을 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 지인의
신변안전을 위해 밝힐 수가 없답니다.
실은 그 친구가 더욱 코스모스와 닮았기에 밝힐 수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다시 코스모스에 관한 시를 접하고보니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수그리고
홀로 조용히 사모할 줄 아는 고사모사의 꽃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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