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형제와 다투었다.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의견을 나누다 보니 사소한 오해가 생겨 다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마디 말이 과거에 아팠던 기억을 건드리게 되었고 그 아픔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이다. 하느님과 형제들을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약속하고 이 길을 택했지만 여전히 내 부족함과 과거에 입은 상처가 또다시 아파 와서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하기 위해 나 자신을 내놓아야 할 때 내 안의 상처는 더욱 쑤시고 아프다. 마음이 온전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하기에 조건 없이 사랑하기는 더욱 어렵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상처와 부족함을 통해서 어떻게 사랑하여야 할는지, 어떻게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더 많이 배우기를 바라시는 모양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평안한 마음으로 사랑하기는 쉽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완벽한 상황과 조건에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이 사람이, 내일은 저 사람이 나를 힘겹게 하고 아프게 한다. 내게 닥치는 이런저런 상황이 미움과 두려움과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사랑을 가로막는 사람들과 상황이 우리를 더욱 사랑하도록 촉구한다. 사랑을 배워가도록 이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고 그래서 피하고 싶고 미워하게 될 때 사랑을 배우고 증거하라는 오늘의 말씀을 되새긴다. 세상의 그릇된 가치와 사욕의 논리 앞에 직면할 때 그때야말로 아픈 상처를 무릅쓰고 주님의 복음을 증언할 때이다.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으리라는 말씀을 새기면서 사랑의 상처가 주는 두려움과 아픔을 견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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