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겉과 속(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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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3749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2004-11-11)

독서 : 필레 7-20 또는 이사 61,1-3ㄱ 복음 : 루가 17,20-25 또는 마태 25,31-40

* 겉과 속 *

그때에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겠느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질문을 받으시고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또 ‘보아라.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그러고 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영광스러운 날을 단 하루라도 보고 싶어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아라, 저기 있다’ 혹은 ‘여기 있다’ 하더라도 찾아 나서지 말라. 마치 번개가 번쩍하여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환하게 하는 것같이 사람의 아들도 그날에 그렇게 올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은 먼저 많은 고통을 겪고 이 세대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아야 한다.”
(루가 17,20-­25)

신학교 시절에 나는 거룩하게 되고 싶었다. 하느님을 온통 차지하고 싶었다. 간절한 기도와 규칙에 충실한 생활이 거룩하게 살아가는 길이라 믿었다. 아침에는 누구보다도 먼저 성당에 가 묵상을 하였고 저녁에는 가장 늦게까지 경당에서 기도하였다. 침묵시간에 소곤거리는 친구들을 남모르게 경멸하였고 정해진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어기는 친구들을 멀리하고자 하였다. 마음속에 미움과 질시가 가득했지만 친절하고 온유하게 보이고자 애썼고 늘 심각한 표정으로 생활하였다. 친구들은 나를 은근히 비꼬며 ‘쌍뚜스’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그러나 내 노력은 얼마 가지 못하였고 한 학기가 지나기도 전에 거룩한 체하며 살았던 것을 포기했다. 거룩함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는지 겉으로 보여주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있는 체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느님 나라는 외적인 조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한다 하더라도, 아무리 봉사활동으로 하루를 보낸다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그것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자유이용권이 될 수는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하느님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외적인 행동은 내 마음을 살찌우는 방법이자 표현일 뿐이지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닌 것이다. 기도하고 봉사하는 내 삶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겉치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하루 다시 반성한다.

이정호 신부(구속주회)

-  오늘 그대를 만나면-

오늘 그대를 만나면
거리를 걸을 땐
손을 꼭 잡고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손 안에 가득해 오는
그대의 체온을
느끼고 싶습니다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그대를 만나면
거리를 걸을 땐
그대가 팔짱을 꼭 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에 가득해 오는
그대의 호흡을
느끼고 싶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연인
이 사랑의 길을 가는
지상의 동행자입니다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하느님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신없이 도착했던 인천공항을 또 정신이나간체 공항을 떠났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시간은 14시간이었지만, 거의 하루가 걸려서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브래들리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늦은저녁
시간으로 컴컴한 밤길이었지만 어머님이 계시는 아파트로 갔습니다.

그 때까지 긴장을 풀지않고 계시기에 우리를 반기시는 줄도 모르고
그저 집으로 빨리 돌아가서 쉬어야만했길래 인사와 함께 부억에 들
어가서 음식만 챙겨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앗!나가 울엄니께
다시 도착하셨을 때는 모든 긴장을 푸시고 지쳐서 누워계셨습니다.

그때부터 안나의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시모님을 그냥
모신것이었지요. 지병이 없으셨으니 우리와 다른 찬을 챙겨드리지
않아도 되었었구, 혼자서 틈틈히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셨습니다.

그런데...이제 엄니는 제 손길 없이는 움직이시기도 불편하시게 되
었습니다. 식사도 떠 넣어드려야했으며, 큰일,작은일 모두 앗!나를
동행하셔야되니 저의 마음보다는 엄니의 마음이 더 힘드셨을테지요.

일 주일을 그렇게 보내시는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어머님이 안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도 깨달았으며, 앗!저도 엄니
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울엄니도 안나도 서로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우리 마음 안에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으로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우러나오는
하느님의 사랑이 없다면 어찌 그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울엄니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없으셨으면 '제가 누군데요?'라고
여쭈었을 때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었을까.

그 한마디에 앗!나를 얼마나 고마워하시는지 읽었으니 그저 안타까
운 마음으로 열흘을 모시고나서 제자리로 거의 돌아오시게 되었지요.
저는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만약 젊은 날에 사이가 안좋았던
고부사이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또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만약 내가 레지오 활동으로 봉사하는
자리에 서있다면 어떻게 그 분을 대했을까. 예전에 꽃동네에 찾아가
목욕 봉사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땀이 흐름도 잊은체 닦아드렸던 일
을 생각한다면...내 남편의 어무인데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곧잘 봉사하는 자리와 가족을 대하는 자리가 달라지곤
할 때가 있습니다. 봉사하는 것은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가족을
섬기는 일은 그저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할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가족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가족에게서 넘어진다면 그 무슨 말이 힘이 있겠습니까.
오늘 묵상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신부님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 안에도 그러한 모습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거룩하게 되고 싶었다.
하느님을 온통 차지하고 싶었다.
간절한 기도와 규칙에 충실한 생활이
거룩하게 살아가는 길이라 믿었다.

아침에는 누구보다도 먼저 성당에 가 묵상을 하였고
저녁에는 가장 늦게까지 경당에서 기도하였다.

침묵시간에 소곤거리는 친구들을 남모르게 경멸하였고
정해진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어기는 친구들을 멀리하
고자 하였다.

마음속에 미움과 질시가 가득했지만
친절하고 온유하게 보이고자 애썼고
늘 심각한 표정으로 생활하였다.


사실 제 마음 속에도 그러한 것들이 가득했었으니까여..
특히 미사중에 성가대에 앉아서 소곤거리는 사람들을 수없이
경멸하였습니다. 언젠가도 말씀드렸듯이 조당에 걸려서 성체
를 모시지 못했던 지휘자를 향하여 겉으론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몇 번이나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거룩한 체하며 살았던 것을 포기했다.
거룩함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는지 겉으로 보여주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있는 체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거룩한 체 하는 것은 그저 몇 달, 아니 몇 일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힘에 겨워서 주저앉게 되겠지요. 끊임없이
우러나오는 샘은 하느님의 사랑만이 감당 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안나아지매입니다.

겉과 속
겉과 속을 같게 할 수 있는 비결은 하느님의 사랑이 내 안에
가득할 때입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 나를 가득 담구었을 때!
비로소 겉과 속이 같아진다고 앗!저는 믿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진정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1고린토 13,4]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요한,34]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지난번 명동성당 모임에서 받았던 목판 선물 두 가지가
안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될지를 예감이라도 한듯이
저희 집 벽에서 외쳐주고 있습니다.

그 사랑을 이룰때...
앗! 나! (우리모두)는 거룩한 체하지 하지 않으면서도
'쌍투스'라는 별명이 붙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루가 17,21]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마태오 5,47-48]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 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우리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거룩하라고 말씀하시는 내 주님의 말씀이 계시기에
거룩한체 하지 않고/

우러나오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고픈...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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