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순간의 삶(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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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3750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04-11-12)

독서 : 2요한 4-9 또는 에페 4,1-7. 11-13 복음 : 루가 17,26-37 또는 요한 17,20-26

* 순간의 삶 *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는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간 바로 그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다가 마침내 홍수에 휩쓸려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또한 롯 시대와 같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짓고 하다가 롯이 소돔을 떠난 바로 그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리자 그들은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날 지붕에 올라가 있던 사람은 집 안에 있는 세간을 꺼내러 내려오지 말라. 밭에 있던 사람도 그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롯의 아내를 생각해 보아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잘 들어두어라.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누워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또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이 “주님,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여드는 법이다.”
(루가 17,26-­37)

◆‘정수니촌 교우:병인군난에 동리 교우가 잡혀 많이 치명하였으나 성과 본명은 모르노라. 아전의 아들:본래 황주 아전의 아들이요, 또한 곱사등이 아이라. 무진년에 본읍으로 잡혀가 아랫사람과 함께 치명하니라. 아전 아들의 동무:이 사람은 장성한 어른이나 성과 본명은 알지 못하되 이 위 있는 곱사등이와 한가지로 치명하였다 하더라.’
1895년 뮈텔 주교님이 기록한 「치명일기」 중 황해도 황주 편에 있는 치명자들의 기록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뒤져보다 우연히 펼쳐본 낡은 책에서 발견한 이분들의 기록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름조차 모르는 이분들의 삶을 가끔 마음으로 그려본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신앙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붙잡히고 치명했는지 이제는 알 길이 없다. 순교의 순간에 그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칼을 받았을까. 그동안 하느님의 은혜 안에서 지냈던 아름답고도 버거웠던 신고의 지난 삶을 그리며 돌아가셨으리라.
모든 일은 그 한순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까지 매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로 결정된다. 순교는 찰나적인 죽음의 순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순교의 칼날을 받지 아니하였더라도 그분들은 이미 순교의 삶을 살고 계셨으리라. 순교는 다만 하느님을 향한 그 충실한 신앙의 삶을 증언한 것일 뿐이다. 죽음은 순간이지만 바로 그 한순간에 평생토록 살아온 삶의 매순간이 담겨 있다. 우리는 아무도 그 순간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맞이한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만이 우리에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매일매일 부딪치며 살아야 할 오늘의 매순간이 중요한 것임을 순교자들은 일깨워 주고 있다. 주님께 온 정성을 다해 이 순간을 살아가기를 청한다. 오늘 내가 처한 이 순간이야말로 내 전생애를 좌우하는 특별한 순간이며 하느님을 향한 고백의 순간이다.

이정호 신부(구속주회)

-  떠나는 길에서 머무른 듯 -

떠나는 길에서
머무른 듯 살고 있는 나는

푸른 하늘만 보고 살 수 없는
풀잎처럼
단비같은 사랑을
먹고 자라고 싶습니다

모두들 그럴 듯 하게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네 삶이란
환상도 아닌 현실이기에

안고, 눕고, 걸을 수 있는 길에
사랑하는 그대가 필요한 것입니다

나무는 서서 뻗칠 수 있는 가지마다
잎들이 자라지만
우리네 삶이란
뻗쳐도 뻗쳐도
남는 것은 그림자뿐

우리는 늘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그럴 듯 한 사랑을 하고픈 것입니다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 +

 순교의 순간에 그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칼을 받았을까.
그동안 하느님의 은혜 안에서 지냈던 아름답고도 버거웠던
신고의 지난 삶을 그리며 돌아가셨으리라.

모든 일은 그 한순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까지
매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로 결정된다. 순교는 찰나적인
죽음의 순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순교의 칼날을 받지 아니하였더라도 그분들은 이미 순교의
삶을 살고 계셨으리라.

순교는 다만 하느님을 향한 그 충실한 신앙의 삶을 증언한
것일 뿐이다.


[안나]는 일본의 26위 순교자들중 한 분이신 성 토마 고자끼님의
편지를《성.황석두 루가서원》에서 발간하는 한국천주교회가 낳은
『103위 순교성인들의 생애』라는 책에서 옮겨보았습니다.

성 토마 고자끼 (小崎)

궁사(弓師)인 성 미카엘의 아들로 11세 때에 교오또 수도원 건립
당시 목공(木工)의 조수로 있었다. 이때 그는 '작은 형제'들과
친분을 두텁게 하고 드디어는 '작은 형제'들의 지도를 받아 교리
를 받아 들이게 되었다.

그 후 그는 교리 지식이나 성덕에 있어 어떤 사람도 따를 수 없는
특별한 진전을 보였으며, 훌륭한 설교자가 될 가능성을 다분히
갖고 있었다.

후에 그는 오오사까(大陂)수도원 수도자의 제자가 되어 훌륭히 일
을 해 나갔다. 산휘리호가 도착한 후에는 예수회 필립보 수사에게
갔다가 그 곳에서 체포되었다.

순교 후 부친 미카엘의 소매 속에서 한 통의 피묻은 편지를 발견
하게 되었는데, 이 편지는 토마가 그의 모친에게 피눈물로 쓴
최후의 편지였다.

이 편지는 짧은 내용이었지만,순진무구한 소년들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신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부모에 대한 사랑과
진정한 형제애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소년들로 하여금 불붙는 열정으로 믿음에 대한 깊은
감명을 받게 하였다.

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머님, 주님의 은혜로운 도움으로 저는 이 편지를 씁니다.
선고문에 있듯이 우리들의 영적 아버지인 아래 24분은 나가사끼
에서 십자가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제발 저의 일도 아버님의 일도
어느 하나든 걱정하지 마십시오. 천국에서 저는 어머님을 기다리겠
습니다.

설령 신부님께서 안 계시더라도 어머님께서는 깊은 신심을 갖고
죄를 통회하시고, 주님의 크신 은혜를 구하십시오. 그러면 구령의
은혜를 얻으실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꿈같이 지나가는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천국의 영원한 행복을 잃지 않으시도록 유의하십시오. 많은 사람
들에게 사랑을 나타내십시오.그리고 아우 만시오와 필립보에 관해
서는 그들 둘이 이교도에 넘어가지 않도록 잘 보살펴 주십시오.

저는 어머님의 일을 주님께 맡깁니다.
다른 분들에게 안부 전하여 주십시오.

어머님,
아무쪼록 범한 죄에 대해서는 완전히 통회를 하시길 잊지 마십시오.
재차 부탁드립니다. 왜냐하면 통회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끼 미하라의 감옥에서 』

이 소년의 친필은 지금은 없어졌으나,
스페인어로 번역된 것이 지금 전해지고 바티칸에 보관되어 있다.


오늘 묵상 글에서 한 귀절을 붙잡고 옷깃을 여며봅니다.

오늘 내가 처한 이 순간이야말로 내 전생애를 좌우하는
특별한 순간이며 하느님을 향한 고백의 순간이다.


오늘 바로 이 순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요...
숨이 막혀옵니다. 매일매일 넉넉하게 주어지는 시간인것 같은데..
언제나 내일이라는 눔한테 미루고 또 미루는 게으름뱅이 앗!나인데
특별한 순간이라는 글귀에서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쳐봅니다.

지나간 '고도원의 아침편지' 한 구절 더 빌려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

레오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사는 이유라고 한다.

- 이종선의 《따뜻한 카리스마》중에서 -

그렇습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더없이 소중한 것들입니다.
다음에, 이 다음에...하며 자꾸 뒤로 미루다 보면
시간도 사람도 떠나고, 결국 후회할 일만 남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말씀을 되새김질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을
쪼여옵니다. 만약에...라고 가정을 해본다면 바로 내 옆에
있는 영혼에 대해서 어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나요!? !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나와 함께 잠자던 이가, 내가 낳은
아이들이, 나와 함께 날마다 직장에서 일하던 동료가,情스럽
던 내 이웃중에 그 누구가...나와 함께 동행하지 않는다면..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누워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또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만이 우리에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매일매일 부딪치며 살아야 할
오늘의 매순간이 중요한 것임을 순교자들은 일깨워 주고 있다...


순간 순간이 중요함을 나즈막히 고하는...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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