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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오늘은 임수혁 선수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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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2001-04-18 ㅣ No.5684

[인사이드피치] 내일은 '임수혁의 날'

 

2001-04-16 17:47:12 | 글 : 중앙일보 이태일 기자

 

그날 비라도 내렸다면 어땠을까. 4월 18일이면 비가 가끔은 내리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날은 맑은 하늘에 동남풍이 불고 기온도 16도여서 저녁 경기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차라리 비라도 내렸다면 경기가 연기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날 롯데의 상대 팀 선발투수는 '면도날 제구력' 으로 불리던 김용수(전 LG.은퇴).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자랑하던 김용수는 왜 첫 타석부터 그에게 볼넷을 내줘 진루하게 했을까. 그냥 범타로 물러나게 했더라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부모님을 만나며 상기됐던 그의 심장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또 김용수는 왜 바로 다음 타자에게 폭투를 해 가쁜 그의 호흡을 더 숨차게 만들었을까. 지난해 32경기에서 김용수가 저지른 폭투는 고작 네 개 아니었던가. 그 네 개 가운데 한 개가 왜 하필 그가 1루 주자로 진루해 있을 때 나왔을까.

 

당시 롯데는 왜 1, 2회에 5점씩이나 얻는 집중력을 보여 2회초 2사 후에 그의 타순이 돌아오게 만들었을까. 그는 초구에 배트를 휘둘러 파울볼을 만든 뒤 한 박자 쉬면서 호흡을 더 가다듬지 않고 왜 2구째 또 스윙을 했을까. 어두운 운명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그때 그가 때린 볼은 안타성 땅볼이었지만 LG 유격수 유지현은 왜 그 타구를 아슬아슬하게 잡아내 그가 1루까지 전력 질주하게 만들었을까. 그냥 안타가 되도록 놔두었다면 그는 1루까지 편히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유지현의 송구는 왜 1루에 원바운드로 날아가 그를 아웃시키지 못하고 1루에 진루하게 만들었을까. 유지현은 지난해 1백29경기에서 실책이라고는 고작 14개였다. 10경기에 한 번 정도 실책을 저지르는 유지현이 왜 하필 그때 실책을 저질러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그의 심장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차처럼 숨가쁘게 만들었을까.

 

계속된 2사 1루에서 후속 테드 우드는 왜 하필 우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잘 맞은 안타를 때려 아픈 그의 심장이 숨을 고를 시간도 주지 않고 2루까지 달리도록 몰아댔을까. 우드는 지난해 고작 35경기에서 28안타를 때렸고 그로부터 한달 뒤인 5월 19일 퇴출된 선수 아니었던가. 그런 우드가 왜 하필 그때 안타를 때려 그가 2루를 밟은 뒤 심장이 멎는 고통에 쓰러지게 만들었던가. 운명은 야속했다. 지난해 4월 18일.

 

심장이 아팠던 임수혁은 LG와의 경기에서 단 하나의 가정도 통하지 않고 쓰러졌다. 내일이면 그가 쓰러진 지 꼭 1년이다. 그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지만 그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내일 부산 경기는 1년 전 그날처럼 롯데-LG전이다. 롯데는 '임수혁의 날' 로 정하고 입장 수익을 그의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경기 시구는 임수혁의 아들 세현(8.경기도 마북초등3년)군에게 맡겼다. 아들이 던지는 공의 혼(魂)이 그를 깨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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