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펌] 작은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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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천 [mrru] 쪽지 캡슐

2001-08-01 ㅣ No.1521

 

  

 

 

고백

 

                               황 세경 로사

 

 

 

 

 

철없이 당신께 달려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땐 당신이 마냥 좋았습니다.

 

그땐 당신이 너무 멋졌습니다.

 

그땐 당신께서 내게 무엇이든 주실꺼라 믿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당신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지극히 평범했고,

 

당신은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고 있었고,

 

당신은 미쳐있었으며

 

게다가

 

당신은 아무 말 하지 않는 벙어리였습니다.

 

 

 

 한참이 지나

 

당신을 닮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를 보았습니다.

 

나는 나를 완전히 버리지 못해 화가 났고,

 

더 바보가 되지 못해 아쉬워했고,

 

나를 낮추지 못해 상처받고,

 

더 사랑하지 못해 아파했으며,

 

아니

 

사랑으로 미치지 못해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많이 성내고,

 

많이 상처받고,

 

많이도 아팠으며,

 

견디기 힘들만큼

 

몹시도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젖어갑니다.

 

나는 물들어 갑니다.

 

물에 떨어진 물감이 물의 색을 변화시키듯

 

당신의 고통에

 

당신의 열정에

 

당신의 침묵에

 

당신의 사랑에

 

그리고

 

당신의 빛에

 

그렇게 젖어서

 

그렇게 물들어

 

 

이제

 

나 당신과

 

하나된 기쁨으로 춤추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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