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전례] 시- 숲

인쇄

정승연 [jungsy] 쪽지 캡슐

1999-07-23 ㅣ No.798

                        

 

   

    숲에서 살고파, 숲에서 살고파,

    전나무, 자작나무, 우뚝우뚝 솟은 곳에,

    등나무, 머루 다래, 칡덩굴 엉킨 곳에,

    쏴- 쏴- 바람소리,

    푸른소리 물소리.

 

    푹푹 숲에 돋는 열기

    송송떠는 물방울에

 

    날다람쥐, 족제비며,

    산토끼 닫고,

    개똥지빠귀, 산까치며, 이름 모를 산새들에,

    베짱이 뛰고, 나비 나는 한구석에

    똬리틀고 앉아 있는 구렁이며,

   

    꽃 피고, 이끼 피고,

    구름도 피고,

 

    바람 불면 바람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비 오면  비 맞고

    서리 오면 서리 묻고

 

    서늘히 푸른 안개

    구부러진 노송 아래

    떡갈잎 썩는 내음

    바로 내 자리

    그 곳에 발을 묻고 나무가 되리.

 

 

                  - 정준화 시집 [솔잎에 떠는 바다] 中 -

 



1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