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낡은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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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숙 [lhs1708] 쪽지 캡슐

2000-08-17 ㅣ No.920

                      - 낡은 구두 -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이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

 

 

 

          당신의 말씀으로 내 발걸음 이끄시어

           

          어느 악도 내 안에서 못 이기게 하소서,

           

          내 발길 걸음마다 주님 앞에 있사오니

           

          명하심과 그 법에 충실하옵나이다.

           

             

           

               [시편] 119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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