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낡은구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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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구두 -
내가 걸어다닌 수많은 장소를 그는 알고 있겠지
내가 만나 본 수많은 이들의 모습도 아마 기억하고 있겠지
나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던 그는 내가 쓴 시간의 증인 비스듬히
닳아버린 뒤축처럼 고르지 못해 부끄럽던 나의 날들도 그는 알고 있겠지
언제나 편안하고 참을성이 많던 한 켤레의 낡은 구두
이제는 더 신을 수 없게 되었어도 선뜻 내다 버릴 수가 없다
몇년 동안 나와 함께 다니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정들었던 친구
묵묵히 나의 삶을 받쳐 준 고마운 그를
당신의 말씀으로 내 발걸음 이끄시어
어느 악도 내 안에서 못 이기게 하소서,
내 발길 걸음마다 주님 앞에 있사오니
명하심과 그 법에 충실하옵나이다.
[시편] 119장에서 |